검찰과 카카오가 최근 적법하게 발부된 감청 영장에 따라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익명으로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합의하자 야권에서 “카카오 측이 검찰과 야합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국가정보원 검찰 등의 무차별적인 ‘사이버 검열’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자 불안을 느낀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로 ‘망명’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궁지에 몰린 카카오 측은 당시 이석우 대표가 직접 나서 “앞으로 수사기관의 어떤 감청 요청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랬던 카카오가 1년 만에 방침을 철회한 것은 외압에 굴복한 게 아니냐는 게 야권 비판의 골자다.
대법원은 2012년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에 대해 “그 대상이 되는 통신의 송수신과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카카오는 이 같은 실시간 감청이 가능한 설비를 애초에 구비하지 않았다. 특정 기간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제공하는 방식은 감청이 아닌 셈이다.
게다가 현행법상 통신사업자가 감청 영장에 따라야 할 의무도, 법적 제재도 없다. 카카오가 지난 1년간 감청을 거부해왔지만 검찰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이유다.
이로 인해 테러나 아동 유괴, 성범죄 등 정당한 수사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감청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라 국회가 나서야 했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새누리당의 서상기 의원과 박민식 의원은 각각 통신사업자의 감청 의무를 법제화하고 감청 범위에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오히려 ‘사이버 사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반대 법안을 발의하며 여당의 법 개정 시도를 막아섰다.
카카오 관계자는 “법 개정을 기다려 왔지만 결국 1년 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기술 발전 등 사회적 변화를 법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기업 책임으로 몰아붙이는 야권의 관행이 언제쯤 개선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호기 IT과학부 기자 hglee@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