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보호 울타리에 안주하는 중소기업, 성장장벽 허물어야

입력 2015-10-12 18:37   수정 2015-10-13 05:01

심화되는 중소기업 피터팬 증후군

2013년까지 3년간 중견→중소기업 회귀 217개
中企엔 성장 유인 없어…경제 생산성·성장성 떨어뜨려
중견·대기업 옥죄는 ‘성장장벽’ 규제 제거해야

"잘못된 기업정책은 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고용을 줄이거나
생산성이 낮은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등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왜곡할 가능성을 키운다"

이병기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중소기업이 빠르게 성장해 중견·대기업이 되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중소기업이 나와 성장하는 선순환 경제가 돼야 경제의 역동성과 성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한국에서는 많지 않다. 때로는 중견기업이었던 곳이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 중 217곳이 다시 중소기업 수준으로 기업 규모가 축소됐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91개, 2012년 50개, 2013년 76개 기업이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돌아갔다.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회피하거나,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이유는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과 보호, 대기업에 대한 과중한 규제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정책자금을 받게 되면 중소기업에 그대로 잔류하려는 성향이 커진다. 중소기업에서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그만큼 낮아진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 범위를 넘어서면 중소기업들은 인원 조정, 기업 쪼개기, 해외 진출 등 기업 축소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중소기업에 머무르면 조세 혜택, 정책금융 혜택, 공공구매 우대, 각종 규제 면제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뒤따르지만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면 대기업에 가해지는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서도 중견기업이 되면서 중소기업이었을 때 받던 지원이 중단되는 ‘지원절벽’ 현상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적용받는 규제는 2013년 20개, 2015년 16개로 확인됐다.

대기업 비중 韓 0.03%, 美 2.17%

중소기업의 성장 회피 현상은 중소기업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고 대기업 비중은 지나치게 낮춰 기업 규모 분포를 왜곡하는 현상을 불러온다. 한국 미국 일본의 기업 규모 분포를 보면 한국은 근로자 1~4명 규모의 기업 비중이 매우 높고, 대기업 비중은 매우 낮다. 특히 1~4명 기업 비중이 한국은 82%인 반면 미국은 49.2%, 일본은 60.9%다. 한국의 영세 소기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반면 500명 이상 대기업 비중은 미국 2.17%, 일본 0.08%, 한국 0.03%로 조사됐다.

잘못된 기업정책은 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고용을 줄이거나 생산성이 낮은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등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왜곡할 가능성을 키운다. 대기업 비중이 낮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소규모 기업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한국의 기업 분포 특성은 경제 전반의 생산성 손실을 키우고, 경제의 성장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높인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기업 규모 간 이동성이 최근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이다. 높은 중소기업 비중에도 이들 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기존 중소기업에 머무르는 비율이 매우 높다. 기업 이동성 지수는 모든 기업이 이동한 경우 1로 측정되는 지수다. 한국 전(全) 산업의 기업 이동성은 2001년 0.50에서 2012년 0.38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 같은 기업 이동성 저하 현상은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에서 두드러졌다. 이것은 한국 기업들이 기존의 기업 규모에 머무르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으며 경제 전반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장 포기로 경제 역동성 저하

보호 위주의 중소기업 정책에서 성장촉진형 중소기업 정책으로 과감히 정책의 틀을 전환해야 한다. 성장형 중소기업 정책에서는 기업 성장장벽 제거를 중시한다. 중소기업에서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따르는 규모 차별적인 성장장벽을 제거하는 한편 중소기업에 과도하게 쏠린 지원·보호를 적정 수준으로 통제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받아야 하는 다양한 ‘규제 대못’을 제거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해갈 때 중소기업 지원 제도의 혜택을 잃는 반면 각종 규제의 굴레만 쓴다.

고용 규모가 5명 이상인 경우에 적용되는 해고·근로시간 규제 등 근로기준법상의 강행 규정을 시작으로 고용 규모 300명 이상인 기업에는 보육시설 설치 의무 등 규제가 추가된다.

공정거래법상 자본금·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늘어난다. 자산 1000억원 이상 기업은 부채 관련 규제, 자산 2000억원 이상은 기업 결합 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의무가 주어진다. 자산 5조원이 넘으면 지주회사 관련 규제, 상호출자 금지, 계열회사 채무보증 금지, 금융회사와 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대규모 내부 거래 시 이사회 의결 및 공지 의무, 주식 소유 현황 및 재무상황 공정위 신고 의무, 채무보증 현황 공정위 신고 의무 등 각종 의무 및 제한 조항이 추가된다. 또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공공구매 제도의 경우 일부 업종에서 대기업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대기업은 유통산업 진입이 금지되는 등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은 과도한 지원과 보호에서 벗어나 경쟁력 향상 및 성장 유인을 달성하는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춰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 및 조세 지원 등 정부의 재정 지출 증가나 감소를 야기하는 정책은 한정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 제도의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부진한 제도를 정비하는 등 경쟁력 향상 및 성장 등 정책 효과 극대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경쟁력 향상과 기업 성장을 화두로 정책자금 지원 제도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정책자금 지원제도 손봐야

일본은 중소기업금융공고(公庫·금융기관), 농림어업금융공고, 오키나와진흥개발금융공고, 국제협력은행을 주식회사 일본정책금융공고 1개 기관으로 崙贊朗構? 일부 정책금융기관은 완전 민영화하거나 기관 폐지 후 그 기능을 지방조직으로 이관하는 등 정책금융기관 구조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일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을 철저한 성과 위주의 효율적 운영과 중소기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설비자금 지원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도 정책자금 운용기관 효율화를 위한 검토 작업이 필요하다.

이병기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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