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에 디턴 교수] "인류를 궁핍서 탈출시킨 건 성장의 힘"…'좋은 불평등론'에 노벨상

입력 2015-10-1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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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성장→빈곤해소'
일시적 불평등 대가로 중국·인도 수십억명 빈곤 탈출
영아사망률도 하락 뚜렷

불평등 증가때 비약적 발전
피케티 '불평등론' 무력화



[ 김유미 기자 ] “불평등이란 현상은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단지 반대하거나 찬성할 뿐이죠. 하지만 불평등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70)가 지난해 9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역설했던 말이다. 자본주의의 발달이 불평등을 확대한다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저서 ‘21세기 자본’이 신드롬을 일으키던 때였다. 디턴 교수가 천착했던 ‘불평등의 본질’은 그 대척점에 있었다. 불평등은 경제를 성장시키고 삶을 개선한다. 그 결과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평등해졌다는 그의 분석 결과는 학계에 조용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1년 뒤, 노벨위원회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디턴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그 사이 피케티 교수는 자신의 통계학 오류를 인정함으로써 한 발짝 물러서야 했다.

○소득 늘면 수명도 늘어

디턴 교수가 2013년 내놓은 책 ‘위대한 탈출’의 원제는 ‘건강, 부, 그리고 불평등의 기원’이다. 그의 저서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 번역된 책이다. 주류 경제학자로서 그는 물질적 풍요와 삶의 만족도, 즉 건강의 상관관계에 집중했다. 2008~2009년 미국인 45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일정 소득 이상에선 행복감에 차이가 없었다. 소위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하지만 본론은 국가들의 성장단계를 분석한 데서 나왔다. 국가별 소득을 절대액이 아닌 증가율로 분석해보니(로그분석) 소득과 수명이 거의 정확히 정비례(그림 1)한 것이다. 삶의 만족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국과 인도에선 경제성장에 따라 영아사망률이 뚜렷하게 하락했다(그림2).

경제성장의 결과 지구촌 전체가 이전보다 고루 평등해졌다는 증거였다. 1950년대 북유럽과 아프리카의 기대수명 격차는 31.9세였다. 2010년엔 26.5세로 줄어들었다. 신흥국의 약진이 빈곤을 감소시킨 것이다.

○중국 인도 불평등 대가로 발전

디턴 역시 성장이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데엔 동의했다. 하지만 이는 성장과 발전의 부산물이라고 디턴은 생각했다. 인류 전체로 보면 이 과정이 더욱 두드러진다. 디턴은 일시적인 불평등의 대가로 중국과 인도의 수십억명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UN의 새천년개발목표(MDGs) 등을 종합해보면 1990년 19억~20억명(세계인구 43%)에 달했던 절대빈곤층(하루 1달러 미만 생활자 기준)이 20년 만에 12억~13억명(하루 1.25달러 미만 생활자 기준)으로 줄었다.

○“성장의 힘을 믿으라”

디턴 교수는 자본주의 도입으로 인류가 유사 이래 처음 ‘평평한 지대’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지구 전체로는 10년마다 인간 수명이 2~3년씩 늘어나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그의 저서 제목 ‘위대한 탈출’도 성장을 통해 인류가 궁핍과 죽음으로부터 비로소 대탈출을 이뤄냈다는 의미다. 그는 “평균 기대수명의 비약적 증가는 역설적으로 불평등이 빠른 속도로 증가할 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성장과 진보를 이끌어내는 불평등의 힘. 이 본질을 이해해야 현실을 개선하고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그는 결론 내린다. 이때 불평등은 ‘좋은 불평등’이다. 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보다 단순한 예를 꺼내기도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있을 때 한 동료가 26세에 교수가 돼 질투가 났어요. 하지만 2년 안에 따라잡았습니다.”

앞선 교육과 혁신의 힘으로 고속성장을 이룬 한국은 그에게 중요한 사례다. 한국인이 더 이상 부자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성장의 힘을 믿으라. 빈곤과 불평등을 평생 연구한 노장 경제학자의 결론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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