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주영 탄생 100년, 영웅의 시대는 끝나버린 것인가

입력 2015-10-13 18:13  

올해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때마침 한국경제신문은 창간 51주년을 맞아 한국의 성장 신화를 이끌었던 정주영 시리즈를 게재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그가 새삼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지금의 답답한 한국 경제 때문일 것이다. 조선 철강 화학 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일제히 주춤거리는 가운데 미래 성장산업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년은 실업률이 10%를 웃돌 정도로 일자리를 못 구해 아우성이고, 수출마저 9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한국호(號)’가 어느새 멈춰 서버린 것이다. 정주영이라면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갔을지 지혜를 구해 보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다.

정주영이 누구던가.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릴 때, 전기도 안 들어오던 황량한 백사장에 세계 최대 조선소를 짓겠다고 나선 이가 바로 정주영이다. 그의 거침없는 도전이 조선 수주량 세계 1위국이라는 신화를 가능하게 했다. 자동차, 해외 건설도 다를 게 없었다. 정주영의 도전은 곧 한국 주력산업의 태동이요, 성장사 그 자체였다. 소학교 졸업이 전부였고, 재력이나 든든한 배경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신화를 쓴 기업가’로 우뚝 섰을까. 그가 겪은 어려움으로 치면 이른바 ‘3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20대에 비할 바 아니다. 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소를 팔고 받은 돈 70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해 공사판 막노동, 쌀가게 점원 등을 전전했다. 실패도 숱하게 맛봤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그에게 불가능이란 말은 처음부터 없었다. 바로 ‘기업가 정신’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어떤가. 기업가 정신이 터키보다 떨어졌다는 정도다. 청년 창업 기업가의 명맥조차 끊길 위기에 처했다. 하기야 기업인이면 국정감사 때마다 불려다니고, 툭하면 배임으로 몰려 법정에 서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척박한 환경이어도 주저앉을 순 없지 않은가. 정주영이라면 그래도 떨치고 일어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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