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의 슈퍼 엘니뇨 온다"…설탕·커피 등 농산품값 급등

입력 2015-10-13 18:32  

해류·바람 등 역류로 기상이변…동남아 가뭄·남미는 폭우 잦아
태국, 쌀 수확량 20%↓ 예상…곡물 생산·재고량 감소 전망
가공식품·공산품값도 '들썩'



[ 나수지 기자 ]
올겨울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에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설탕과 야자유 밀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몇 주 새 크게 올랐다고 보도했다. 세계 주요 농산물협회가 슈퍼 엘니뇨 때문에 올해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다. 농산물 가격 급등이 가공식품과 공산품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농작물 공급 감소 전망에 가격 급등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또는 ‘아기 예수’라는 뜻이다. 태평양 동쪽의 에콰도르와 페루 어민들이 12월 크리스마스 무렵 수온이 상승해 어획량이 늘자 하늘에 감사한다는 의미로 이 현상을 ‘아기 예수’로 부른 데서 유래했다. 과학적으로는 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월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니뇨라고 한다. 이 중에서도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기간이 3개월 이상 계속되는 게 슈퍼 엘니뇨다.

슈퍼 엘니뇨는 1997년 겨울 이후 18년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호주 미국 일본 등 각국 기상청이 잇따라 페루 앞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를 넘었다며 올겨울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 해류와 바람이 평소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기후 규칙이 뒤죽박죽이 된다. 태평양 기준으로 서쪽인 동남아시아와 호주엔 가뭄이 들고, 동쪽인 남미지역엔 폭우가 쏟아지는 기상이변이 일어난다.

아시아지역 국가는 건조해진 날씨 탓에 농작물 생산량 예상치를 줄이고 있다. 태국쌀수출협회는 올해 쌀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15~20%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베트남커피코코아협회는 올해 커피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야자유 원료인 야자 열매 숙성이 늦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 등 남미지역은 폭우로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UN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세계 곡물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0.9% 줄어든 25억3430만t, 곡물 재고량은 0.7% 감소한 6억3780만t으로 예측했다.

○공산품까지 이어지는 ‘가격 도미노’

이 같은 공급 감소 전망에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3주간 낙농품은 36%, 설탕은 31% 폭등했다. 같은 기간 야자유는 13.1%, 밀은 6.1% 올랐다. 커피 가격도 지난 9월 말에는 1년 전보다 40% 이상 떨어졌지만 보름 새 11% 뛰었다. FAO가 집계한 9월 식량가격지수는 전월의 155.1에서 156.3으로 올랐다. 18개월 만의 상승세다.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가공식품과 공산품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WSJ는 야자유 가격 상승이 립스틱 등 야자유가 쓰이는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니뇨는 겨울이 될수록 강해진다. WSJ에 따르면 엘니뇨의 영향이 농산물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약 6개월이 걸린다. 추가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관련 보고서에서 “과거 엘니뇨가 시작되면 이후 12개월 동안 비(非)에너지 상품 가격이 평균 5.3% 올랐다”고 분석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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