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소돔

입력 2015-10-14 18:06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성서 속의 소돔과 고모라가 사해 인근에 실제로 있었고 지진으로 파괴됐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1960~1970년대 사해 근처에서 소돔 고모라 아드마 스보임 소알 등 다섯 성의 이름이 적힌 점토판이 발견됐고, 2000년대에는 사해 바닥에서 고대도시의 흔적이 드러났다.

엊그제 미국 뉴멕시코주 트리니티 사우스웨스턴대 연구팀은 요르단강 동쪽에 있는 청동기 시대(기원전 3500~1540년)의 거대 도시 유적이 성서에 묘사된 소돔과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2005년부터 발굴 작업을 이끌어온 이들은 두께 5.2m의 흙벽돌로 쌓은 높이 10m의 방어용 성벽과 망루, 통로에 이어 탑과 성문이 최근 추가로 발견되자 “이 유적이 성서에 언급된 것처럼 요르단강 주위의 중요 교역로에서 번영을 누린 소돔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창세기에 따르면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소돔으로 이주했으나, 도시가 워낙 타락해 신의 징벌을 면키 어려웠다. 신이 인간 모습의 천사 둘을 미리 보내 롯과 가족을 구하려 했으나 사람들은 롯의 집을 에워싸고 그들과의 남색(男色)을 요구했다. 천사들이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한 뒤 롯에게 지금 당장 떠나라고 했다. 그런데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소금기둥’으로 변하고 말았다. 도시는 곧 유황 불비를 맞고 멸망했다.

남색과 항문성교를 뜻하는 영어 소도미(sodomy)는 소돔의 죄악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소도마이트(sodomite)라고 부른다. 동성애를 금지하는 법의 명칭도 소돔법(sodomy law)이다.

18세기 사드 후작의 소설 ‘소돔 120일(Les 120 journees de Sodome)’의 제목 역시 여기서 따왔다. 사드는 가학성 변태성욕 ‘사디즘’의 어원이기도 하다.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에 관한 얘기는 성서뿐만 아니라 코란에도 나온다. 원인에 대해서는 지진, 화산, 소행성 충돌 등 여러 설이 있다. 기반이 약한 도시국가가 지진으로 무너질 때 지반의 메탄이 반응해 불이 났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도 많다. 사해 남쪽 소돔산(Mt. Sodom) 주변에서 발견된 유황 덩어리를 분석한 결과 유황 함유량이 98%까지 나왔다. 화산폭발에서 나온 유황의 순도가 40%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는 여전히 불가사의로 남아 있다.

인간의 욕망과 타락은 끝 간 데를 모른다. 현대판 소돔은 도처에 있다. 의인 10명만 있어도 멸망시키지 않겠다던 구원의 약속(창세기)은 지금도 유효한 걸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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