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일 기자 ] 법원이 기업인에 대한 배임혐의에 잇따라 무죄 등 우호적인 판결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이재현 CJ 회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에 이어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까지 한 달여 사이 3명의 기업인이 배임혐의를 벗었거나 일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14일 집행유예로 풀려난 강 전 회장에 대해 당초 검찰이 적용한 배임혐의 액수는 3700억원가량이었다. 하지만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기소금액의 82%에 달하는 3000여억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배임 관련 10개 혐의 중 가장 규모가 컸던 STX그룹 10개 계열사 기업어음(CP) 매입 등 4개 혐의에 대해 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의 정책결정이 배임죄가 되지 않는 ‘경영상 판단’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례와 설명도 장황하게 덧붙였다.
재판부는 “기업집단의 총수 등 최고경영자가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 지원 자체만을 두고 배임행위라고 바로 단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무용한 일임에도 타성에 젖어 잘못 판단한 경우는 배임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지난달 24일 이석채 전 맛揚?103억원 배임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벤처기업 세 곳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인 것이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도 지난달 10일 이재현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배임혐의에 대해 법률 적용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업인에 배임혐의를 적용하는 데 대해 법원이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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