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강덕수 前 STX 회장 1심 실형 뒤집고 집행유예로 석방

입력 2015-10-14 18:44  

"경영 정상화·그룹회생 위한 불가피한 선택…환손실 숨기려고 회계 분식한 증거 없다"

배임혐의 80% 이상 무죄

법원 "자금난에 빠진 계열사 자금지원만으로 최고경영자의 배임행위라 단정할 수 없다"
강 회장 "노조 격려에 보답할 것" 경영복귀 시사



[ 김인선 기자 ]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65)이 14일 항소심에서 감형돼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무죄 판단이다. 1심은 강 전 회장에 대한 2조3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가운데 5841억원을 유죄로 인정했으나, 항소심은 강 전 회장이 김노식 전 STX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회계 담당자들과 분식회계를 공모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모두 무죄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분식회계 혐의의 결정적 증거인 김 전 CFO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STX조선해양은 2007년부터 환율 하락 추세에서 환 헤지를 공격적으로 시작했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격히 상승한 결과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외환팀 실무책임자였던 김씨는 과도한 헤지로 인한 손실의 책임추궁을 면하기 위해 예정원가조정이란 비교적 손쉬운 방법을 동원해 단독으로 분식회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모든 내용을 피고인에게 가감 없이 보고했다고 주장했고 재판 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보고에 일부 포함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보고를 한 바가 없음이 드러났다”며 “회계분식에 관한 김씨의 진술도 모두 믿을 수 없어 이 부분의 공소사실은 전체적으로 증거가 없는 것으로 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분식회계로 꾸민 허위 재무제표로 은행 대출 9000억원을 받은 혐의(사기)와 1조7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판매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1심과 달리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강 전 회장이 STX 계열사인 STX건설 등을 부당지원해 그룹에 손해를 끼친 혐의에 대해선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강씨가 STX그룹 계열사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했고, 현재 별다른 개인재산 없이 오히려 채무초과 상태에 이르게 된 점, STX 전 임직원과 노조 간부 등이 강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강 전 회장은 이날 석방된 직후 ‘STX 재건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것도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며 “오늘 이렇게 될 줄 사실 예상하지 못해 앞으로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부족한 제게 많은 분들, 특히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격려해준 것에 대해 힘을 갖고 그분들에게 앞으로 남은 시간 보답을 해드리겠다”고 경영 복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기업을 하다가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이런 사건에 연루돼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원에는 STX 그룹 전·현직 직원으로 보이는 50여명이 그를 마중 나왔다. 이들 중에는 STX엔진 작업복을 입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강 전 회장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했다.

강 전 회장은 STX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과 생산직 근로자들이 자신의 구명운동을 벌이며 모은 7000만원의 성금을 전액 장학재단에 쾌척하기로 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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