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햄 부활 이끄는 '형제 경영'

입력 2015-10-14 19:14  

해외 경험 많은 형과 회사실무 밝은 동생 '시너지'
"매출 10년내 1조 목표"

'천하장사' 인기 발판으로 프리미엄 소시지도 출시



[ 강진규 기자 ] 인기 간식 ‘천하장사 소시지’로 유명한 진주햄이 최근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중국 등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수제맥주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고급 햄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정진 사장(40)과 박경진 부사장(35)의 ‘형제 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진주햄은 14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프리미엄 소시지 ‘육공방’ 출시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 사장은 “연간 2000억원 규모의 프리미엄 소시지 시장에서 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10% 미만인 돈육가공품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CJ제일제당, 롯데푸드를 넘는 업계 1위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육공방은 100% 국내산 돼지고기를 사용했으며, 고기를 갈지 않고 다져서 가공하는 ‘JCT공법’으로 육즙을 최대한 살린 것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박 사장은 “육가공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사업에 진출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현재 1000억원대인 회사 매출을 10년 안에 1조원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진주햄은 두 형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형 박정진 사장은 브랜드 전략을 세우거나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등 큰 그림을 그리고, 동생 박경진 부사장은 국내 영업 등 전반적인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에는 동생이 먼저 들어왔다. 박 부사장은 대학 졸업 후 컨설팅회사 네모파트너즈에서 일하다 2006년 부친인 고(故) 박재복 회장의 권유로 입사했다. 삼성증권과 씨티그룹 등 금융권에서 일하던 박 사장은 박 회장이 2010년 작고한 뒤 2013년에야 회사에 들어왔다. 실무에 정통한 동생의 경영능력에다 해외시장 동향에 밝은 형의 구상이 더해지자 실적은 하루가 다르게 개선됐다.

형제 경영이 본격화하며 진주햄은 적극적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 수출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2년 21억원이던 중국 수출액이 지난해 72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목표는 100억원이다.

지난 1월에는 수제맥주 회사 카브루를 인수했다. 지난해 37억원의 매출을 올린 카브루는 올해 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말 맥주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면 내년엔 매출이 1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박 부사장은 “형이 없었다면 수출을 확대하거나 맥주회사를 인수하는 등 신사업을 구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과 박 부사장은 1980년대 국내 3대 해운회사였던 조양상선그룹 고(故) 박남규 회장의 손자다. 조양상선은 중견기업 인수를 통해 그룹 규모를 키워오다 1980년대 중반 진주햄을 인수했다. 조양상선그룹은 1992년 계열사인 제일생명이 정보사령부 부지매매 사기사건에 휘말리면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외환위기 이후 해체돼 진주햄을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가 폐업하거나 매각됐다.

두 형제는 지난해 진주햄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했다. 박 사장의 지분율은 22.37%에서 41.29%로, 박 부사장은 22.05%에서 41.05%로 높아졌다. 박 사장은 “책임지고 회사를 키우겠다는 결심을 보여주기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국내 최대 육가공업체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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