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Issue & Focus] 은산분리에 막힌 한국…인터넷은행 인가 앞두고도 찬반 '팽팽'

입력 2015-10-15 07:02   수정 2015-10-16 15:10

인터넷은행 - 뒤처진 한국

인터넷전문은행 선진국보다 15년 뒤져

2002년 'V-뱅크' 무산 이후, 정부·정치권에 번번이 '발목'
카카오은행 등 나올 수 없어

금융산업 경쟁력 떨어진 한국…이종교배 없인 혁신 '공염불'



[ 박동휘 기자 ]
2002년 SK텔레콤, 코오롱 등 몇몇 대기업과 벤처기업은 공동 출자를 통해 V-뱅크라는 신개념 은행을 국내에 설립하려 했다. 일본에서 e뱅크, 재팬넷뱅크 등이 나온 지 약 2년이 지난 뒤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하나둘 생겼다는 점에서 그리 늦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점포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움직임은 매번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와 경영을 막는 ‘은산분리’ 원칙에 발목을 잡혀 무산됐다. 한국은 그렇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15년 넘게 뒤처졌다.

경쟁을 위해 규제 푼 일본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에 대해선 은행 지분을 최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10% 보유지분 중에서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지분은 4%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원린?인터넷전문은행 한두 곳에 대한 예비인가를 내주겠다는 것도 이 같은 현행 은행법 테두리 안에서다. 다만 금융위는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분류된 대기업을 뺀 비금융주력자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하자는 취지로 은행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논의는 그동안 두 차례 있었다. 2002년 첫 시도가 좌절된 이후 2008년에도 금융위가 금융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은행법 개정을 통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격론 끝에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과당 경쟁으로 은행산업 전체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2000년 일본에서 e뱅크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할 무렵 일본의 사정도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일본 역시 은산분리 규제가 잔존하고 있었다. 일본 금융청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의 5% 이상을 소유하는 것을 불허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거래에 의존하던 일본인들에게 휴대폰과 인터넷으로도 소액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e뱅크의 사업모델은 일본 정부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e뱅크 창업에 참여했던 기노시타 나오키 모바일NFC협회 사무총장은 “휴대폰 작은 화면에 ATM의 소비자 주의 문구를 모두 넣으라는 지시를 받았을 땐 앞이 캄캄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금융업 혁신의 싹을 아예 자르진 않았다. 오히려 2000년 8월 이업종(異業種)에 의한 은행업 진입 등 새로운 형태의 은행업에 대한 면허심사·감독지침을 발표하며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했다.

당시 일본 금융청은 은산분리 폐지의 명분으로 ‘비금융회사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은행 설립이 금융기?혁신과 경쟁을 통해 금융업 활성화와 이용자 편익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내세웠다.

철 지난 은산분리 고집하는 한국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라는 지적이 이어지지만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민감해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6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대기업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지분을 최대 50%까지 가질 수 있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금융위조차 “너무 앞서갔다”며 우려했을 정도다.

일본과 한국의 대기업 집중도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노시타 사무총장은 “일본은 2차대전 이후 재벌 해체를 겪어 산업자본이 은행을 겸업하는 것에 대해 반감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한국의 금융업이 2002년, 2008년에 이어 세 번째 기회마저 잃게 되면 금융혁신을 이뤄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은 1998년 장기신용은행(LTCB)이 공적 자금을 수혈받는 등 거품경제 붕괴의 후폭풍으로 금융회사 미래가 암울했을 때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며 활로를 찾았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은 지난해 3~12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해외에서 총 이익의 40%를 일궈낼 정도로, 해외로 눈을 돌린 덕분이다.

사금고화 우려에 대해선 산업자본과 은행 간 연계를 차단하고 위반 시 강력하게 징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본 금융청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땐 모회사의 경영 악화로 혹시 은행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까지 요구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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