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통령기록물' 엄격한 해석…무죄 판단 잇따라

입력 2015-10-15 17:51  

법원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상 규정된 '대통령기록물' 판단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기록물 훼손이나 유출 행위로 처벌할 수 있는 대상을 너무 넓게 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15일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49) 경정의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올해 2월에는 같은 법원의 형사합의30부(이동근 부장판사)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72) 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58)에게 무죄 판단을 내렸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은 2007년 제정됐으나 법원이 판례로 '대통령기록물'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내놓은 것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이 처음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의 4가지 요건을 ▲대통령이나 대통령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기관·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이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생산·접수를 완료한 ▲문서·도서·대장·카드·도면·시청각물·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자료 또는 대통령상징물(행정박물)이라고 규정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은 해당 회의록이 대통령의 수정 지시가 내려진 跏뼁?불과해 '생산이 완료된 문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이 네 가지 요건에 더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려면 문서의 '원본'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추가했다.

이 사건에서 박 경정이 조 전 비서관 지시로 박지만(57) EG 회장에 대한 특별감찰 업무 과정에서 작성한 문건의 원본은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해 생산해 보고까지 끝낸 문서이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실제 박 회장에게 전달한 문서는 원본 파일을 추가로 출력하거나 복사한 것이어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훼손한 행위와 유출한 행위를 동일하게 처벌하는데, 추가 출력본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면 추가 출력본이 얼마가 존재하든 훼손 행위를 모두 형사처벌하게 돼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중요정책 등 민감한 내용이 기재된 문건이 외부에 유출돼서는 안 되므로 출력본 유출도 처벌해야 한다는 검찰 주장에는 "대통령 보좌기관의 보안 강화, 각종 규정의 정비와 엄격한 적용 등을 통해 유출을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재판부가 밝혔다.

또 추가 출력본이나 복사본 등 기록물 생산·보고 과정에서 나온 모든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보고 폐기·유출 행위를 처벌한다면 이는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의 지나친 확장·유추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죄형법정주의는 국가 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해놓고 이 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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