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만한'과 '점진적' 차이가 뭐냐…Fed의 모호함, 시장에 혼란만 줘"

입력 2015-10-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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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마저 비판

"베이지북 경기동향 표현 이해하려면 어휘집 필요"



[ 워싱턴=박수진 기자 ] ‘세계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정책을 발표할 때 쓰는 표현의 ‘모호함’ 때문에 시장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Fed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12개 연방은행 관할 지역 중 11개 지역의 경제가 성장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여섯 곳은 ‘완만한(modest)’ 성장세를, 세 곳은 ‘점진적(moderate)’ 성장세를, 나머지 두 곳은 단순한 경제활동 증가세를 보였다고 기술했다.

Fed는 베이지북뿐 아니라 금리정책 결정 후 발표하는 ‘성명서’에서도 이 같은 단어를 사용해 경기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 참가자들과 중앙은행 관계자, 심지어 직접 결정을 내리는 Fed 위원조차도 이런 단어의 차이를 뚜렷하게 알지 못한다. 찰스 플로서 전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베이지북이 공개된 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Fed가 쓰는 표현의 모호함이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고 비피杉? 그는 지난 3월 퇴임하기 전까지 9년간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로 재직하면서 직접 금리정책 결정에 참가했다.

그는 “도대체 ‘완만한’과 ‘점진적’의 차이는 무엇이고, ‘다소(some)’와 ‘약간(a few)’은 또 어떻게 다른가”라고 반문하면서 “Fed의 말을 이해하려면 사람들마다 각각의 어휘집이 필요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Fed가 이런 단어를 붙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시장은 모호한 단어를 제각각 해석하는 바람에 혼란이 생긴다”며 “Fed는 시장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모든 위원들의 의견을 한 보고서에 담다 보니 이런 혼란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들은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사전을 제작해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완만한(modest)’보다는 ‘점진적(moderate)’이 더 나은 경기 상황을 표현하고, ‘견고한(solid)’과 ‘강한(strong)’ 등으로 갈수록 표현하는 경제 상황의 호전 정도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한편 세계 최대 자산운용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Fed의 통화정책 기조가 명확해질 때까지 시장이 계속 요동칠 것”이라며 “일부 당국자가 시장 요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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