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근호 기자 ] 시리아 동부의 알오마르 유전지대에는 평소 유조탱크 트럭들이 6㎞ 넘게 줄지어 서 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로부터 원유를 구입하려는 줄이다. 뒤쪽에 선 트럭은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한 달은 기다려야 해 운전자는 며칠씩 차를 내버려두고 볼일을 보고 오기도 한다. 트럭 행렬 옆으로 음식과 차를 파는 노점상도 생겨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이끄는 국제연합군이 수개월째 공습을 가하고 있지만 IS의 돈줄인 원유판매 사업이 성업 중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S의 원유시설은 마치 석유회사처럼 운영된다. 트럭을 타고 간 원유 트레이더들은 IS에 차량 등록번호와 저장탱크 용량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IS는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한다. 트레이더들은 IS로부터 배럴당 20~45달러에 원유를 구입한 다음 웃돈을 받고 정유업체나 중개상에 넘긴다. IS 영역 안에 있는 유전 8곳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하루평균 3만4000~4만배럴로, 이를 통해 IS는 하루평균 150만달러(약 17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FT는 “원유시설에 대한 감시 감독은 비밀경찰이 한다”며 “수익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잔혹한 징계를 내린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긴 줄을 서면서까지 IS의 유전시설로 몰리는 이유는 수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시리아의 원유 공급이 수요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IS와 맞서 싸우는 시리아 반군도 자신들이 장악한 북부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중장비를 가동하기 위해 IS로부터 원유를 사갈 정도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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