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입양을 위한 법원의 역할

입력 2015-10-15 18:34  

법원이 양부모 심사하는 현행 입양특례법의 취지
신속한 입양도 중요하지만 양부모의 자격 잘 살펴야

여상훈 < 서울가정법원장 shyeo@scourt.go.kr >



부모로부터 이탈되거나, 부모가 자녀를 기를 능력이 없어 입양기관에 맡긴 아동의 입양에 대해선 ‘입양특례법’이 적용된다. 이 특례법 전엔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 있었다.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입양은 당사자의 합의로 성립되고, 법원은 아동 보호를 위한 어떠한 후견적 역할도 하지 않도록 돼 있었다. 이에 대해 “UN 아동권리협약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법원이 입양 아동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같은 비판에 따라 2012년 8월부터 입양특례법이 시행되고 있다.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아동을 입양할 땐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서울가정법원에서 지난해 3월부터 올 8월까지 입양특례법에 따른 입양 허가 수는 국내 입양이 340여건, 해외 입양이 730여건이었다.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지금도 여전히 매년 수백 명에 달하는 한국의 아동들이 고국에서 자라지 못하고 외국으로 입양돼 양부모의 손을 잡은 채 한국을 떠나?있는 게 현실이다.

입양제도 운용에 관해선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있다. 하나는 “입양 절차가 간단하고 신속하게 이뤄져 한시라도 빨리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는 가정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동이 건강하게 자라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가정으로 입양될 수 있도록 가정법원의 심사 절차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주로 입양기관에서 내는 주장이다. 필자도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이 같은 목소리를 많이 접해 왔다. 그러나 현행 입양특례법이 개정 전 법과는 달리 아동의 입양에 예외 없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정한 건 후자의 요청에 귀를 기울여 양부모의 적격성을 세심히 살피기 위해서다.

지난해 국내 및 해외에서 입양 아동이 양부모의 손에 숨진 사건들이 발생해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입양 사건을 다루는 판사들이 오랜 기다림 끝에 입양 허가를 받고 행복해하는 양부모들의 모습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면서도, 아동의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이런 불행한 일들과 무관하지 않다. 입양기관의 신속 처리 요청을 고려하더라도, 양부모의 적격성 심사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여상훈 < 서울가정법원장 shyeo@scourt.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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