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개인에게 시간은 하나의 우주와 같다”며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가지만 그 안에서 각기 다른 삶(우주)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시계는 우주선”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디자인 거장인 멘디니는 기어S2 디자인에 참여했다. 색상, 기능별로 총 40여개의 시계 바탕화면과 4개의 시곗줄을 디자인했다. 15일 회고전 ‘디자인으로 쓴 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에서 그를 만났다.
기어S2는 삼성전자가 선보인 첫 원형 시계다. 일반 아날로그 시계와 비슷한 디자인이다. 기존 디지털 콘셉트에서 벗어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입혔다. 이는 멘디니의 디자인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전후 독일 기능주의가 지배하고 있던 세계 디자인계에 반발해 심미성과 감성에 중점을 둔 회화적인 디자인을 창안했다. 멘디니는 “기어S2도 그림을 그리듯 디자인했다”고 소개했다.
감성적인 디자인에 대해 그는 “함께 살아가는 제품들에 친근감과 호감을 불어넣어 친구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날렵한 디자인 위주의) 자동차를 좀 더 통통하게 설계하면 더 친근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디자인 영감은 역사 이야기에서 얻는다고 했다. “아방가르드 큐비즘 시대의 예술사”가 영감의 주된 원천이다. 멘디니는 “내 작품을 보고 ‘이게 뭐지’라는 질문을 던지면 좋겠다”며 “생각하는 공간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디지털 기기 디자인에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엔 주저 없이 “당연하다”고 답했다.
84세의 노장임에도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반짝이는 눈빛을 가진 그는 “엄청난 창작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했다.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답은 겸손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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