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믿을 건 복권뿐?

상반기 1조8199억 팔려 전년 동기 대비 9.5%↑
세종시 판매 증가율 1위
정부, 복권 판매한도 늘려


[ 김주완 기자 ] 정부가 복권 매출 총량 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올 들어 복권 판매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한 방 역전’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로또 판매점도 10년 만에 추가 설립이 허용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년보다 10% 급증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사무처는 지난 14일 사행산업감독위원회(사감위)에 올해 복권 매출 총량 한도를 3조5007억원에서 3조6007억원으로 1000억원 증액해 달라고 요청했다. 올 들어 복권 판매액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박맹우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1조81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증가했다. 2014년과 2013년의 전년 대비 복권 판매액 증가율은 모두 1.5%였다. 올해 증가 폭이 이보다 여섯 배 이상 큰 것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판매 한도를 넘어서는 속도로 복권이 팔리고 있어 이번에 증액이 이뤄지면 올해 연간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지나친 사행심 조장을 막기 위해 복권 판매량을 매년 일정 수준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불경기의 그림자

정부는 올해 로또 판매점을 10년 만에 추가로 허용한 것을 복권 판매액이 늘어난 요인으로 꼽고 있다. 로또 판매점은 지난 8월 말 기준 6424개로 작년 말보다 329개 늘었다. 일부에서는 판매점 증감이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0년 6631개였던 로또 판매점은 지난해까지 계속 감소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매년 증가했다. 김지선 사감위 전문위원은 “경기가 불안하면 큰 노력 없이 한 번에 거금을 손에 쥘 수 있는 복권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복권을 재미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재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복권은 삶의 재미’라고 답한 비율은 65.2%로 전년보다 3.7%포인트 높아졌다.

○‘공무원 도시’ 세종시 1위

전국 16개 시·도의 판매액(9월 말 온라인복권 기준)을 보면 세종시가 전년보다 25.0% 늘어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로또 판매점이 지난해보다 세 곳 증가한 데다 지난해 12월 국세청 우정사업본부 법제처 등 정부 부처가 추가로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유동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충남(12.3%) 제주(11.5%) 전남(11.3%) 경북(10.1%) 등도 10% 넘게 증가했다. 서울과 울산은 로또 판매점이 작년보다 각각 12개와 19개 늘었지만 복권 판매액 증가율은 3.1%와 3.6%에 그쳤다. 전국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경북 칠곡군의 복권 판매액 증가율이 33.1%로 가장 높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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