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클럽 긴 채 잡고 헤드 살짝 닫고 쳐야 유리
[ 이관우 기자 ] 주말 골퍼에게 벙커는 OB, 해저드 못지않은 ‘공포’다. 프로는 생각한 대로, 아마추어는 걱정한 대로 공이 날아간다고 했던가. ‘그쪽으로만 제발 가지 말았으면’ 하는 걱정이 클수록 공은 야속하게도 벙커로 찾아든다.
그린 벙커만큼이나 주말 골퍼들을 맥 빠지게 하는 게 페어웨이 벙커다. 잘 맞은 티샷이 페어웨이에 들어갔을 때 더 그렇다. 머릿속엔 ‘파 하기는 글렀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생각 같아선 일명 ‘핸드(hand)웨지’를 꺼내들고 싶지만 보는 눈이 많다.
2015 프레지던츠컵에서 필 미켈슨(45·미국)이 12번홀(파4)에서 보여준 138야드짜리 페어웨어 벙커샷 이글은 그래서 주말 골퍼들에게 ‘묘기’나 마찬가지다. 구력이 40년에 가까운 미켈슨보다야 잘 치진 못하겠지만 실수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가장 피해야 할 게 뒤땅이다. 토핑은 그나마 공이 꽤 멀리 굴러가지만 뒤땅은 벙커 자체를 벗어나지 못할 수 있어서다. 그린 벙커샷과 달리 비거리를 맞추려면 네 가지 포인트 ?고려해야 한다.
공을 먼저 때리는 게 첫 번째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얘기다. 문제는 벙커를 양발로 파고들어가 몸을 고정하면서부터 벌어진다. 회전이 불편해지고 스윙 궤도가 가팔라지면서 뒤땅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상체 회전을 평소보다 빠르게 해야 한다. 왼쪽 어깨를 좀 더 빨리 당겨야 클럽 헤드가 모래에 닿지 않고 끌려오면서 공을 먼저 때려주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공의 위치다. 평소보다 반 개 혹은 한 개 정도 오른쪽으로 놓고 치는 게 좋다. 다운스윙 과정에서 클럽 헤드가 공에 먼저 맞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신 공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푸시가 날 수 있으므로 타깃보다 왼쪽을 조준하거나 클럽 헤드를 살짝 닫고 치는 게 유리하다.
네 번째가 클럽을 1~2클럽 길게 잡는 것이다. 풀스윙을 하기 힘들어 비거리가 줄어드는 데다 임팩트 정확도를 높여야 하는 만큼 그립을 평소보다 2~3㎝가량 짧게 잡아 비거리가 한 번 더 짧아지는 점을 보완해주기 위해서다.
다만 클럽 그립을 짧게 잡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공 쪽으로 몸이 쏠려 뒤땅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장재식 프로는 “발로 벙커를 너무 깊게 파고들면 몸의 움직임이나 클럽 회전이 어려워지는 만큼 스윙 때 몸이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의 깊이로만 파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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