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예금 안 받겠다는 미국 은행들

입력 2015-10-19 18:01  

저금리로 돈 굴릴 곳 없고
금융당국 건전성 규제 강화로



[ 박종서 기자 ] 미국 대형 은행들이 기업 예금 줄이기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기업의 뭉칫돈을 유치해봐야 저금리 영향으로 돈을 굴릴 데도 마땅치 않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전성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은행의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WSJ에 따르면 보스턴의 스테이트 스트리트은행은 달러를 대규모로 예금하는 기업에 수수료를 물리기로 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은행은 예금자가 돈을 맡길 때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예고해왔으나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산 기준으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도 수수료 부과 방식으로 연내 1500억달러(약 168조원)의 예금을 줄일 계획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미 지난해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노던트러스트은행도 기업의 대규모 예금을 받을 때는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은 수수료율에 대해선 예금과 기업에 따라 다르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은행이 기업 예금을 축소하려는 배경은 저금리다. 이자 수입이 줄어들다보니 예금을 많이 받아 적극적으로 대출해보겠다는 의지가 약화했다. 은행에 쌓여 있는 돈도 많다. 미국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미국 내 예금잔액은 지난 2분기 10조5900억달러에 달했다. 5년 전보다 38% 늘었다. 반면 紡菅?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7년 중반 92%였던 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은 71%로 떨어졌다. 은행이 1000억원의 예금을 받았을 때 8년 전에는 920억원을 대출해줬으나 지금은 710억원밖에 굴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규제도 은행이 기업 예금을 꺼리게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미국 금융당국은 은행이 30일 안에 출금 가능성이 있는 예금을 받으면 예금의 40%에 해당하는 돈을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갖고 있도록 했다. 헤지펀드 예금에 대한 안전자산 보유금은 100%다. 기업 예금이 ‘골칫덩이’로 변해가고 있다는 게 미국 대형 은행들의 판단이다.

WSJ는 “미국의 많은 기업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은행에 돈을 맡기고 있는데 은행들이 ‘찬밥’ 대접을 하면서 기업과 은행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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