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투자 부진이 '발목'…소비는 호전
규제 풀린 부동산이 경기회복 견인 기대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늘 글로벌 시장의 핵심 관심사였지만, 올해 3분기 성장률은 유독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상하이증시가 폭락하고, 8월에 중국 당국이 급작스럽게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면서 “중국의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됐기 때문이다. 결과는 6.9%(전년 동기 대비) 성장이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전문가들의 예상치(6.7%)를 웃돈다.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경기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3분기 성장률이 1, 2분기(각각 7.0%)보다 둔화됐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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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돈 풀어도 실물로 안 가”
중국의 분기 경제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진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1분기 6.6%로 추락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는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특수 요인 때문이었다.
올 3분기 성장률 부진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성장세 둔화를 반영하고 있어 성격이 다르다. 핵심 원인은 제조업 및 투자 부진이었다. 올 6월 6.8%(전년 동월 대비)였던 산업생산 증가율은 7월 들어 6.0%로 낮아진 뒤 9월에는 5.7%까지 추락했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월 13.9%에서 줄곧 둔화돼 9월에는 10.4%에 그쳤다. 2000년 이후 약 15년 만의 최저치다. 소매판매 증가율이 4월 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해 9월에는 10.9%까지 호전됐지만 제조업과 투자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 정부는 작년 11월 이후 최근까지 △기준금리 인하 △지급준비율 인하 △부동산 규제 완화 △위안화 평가절하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경기 둔화에 대응해왔다. 최근엔 자동차 구매세 인하라는 감세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 같은 노력을 감안하면 3분기 경제성장률이 7% 밑으로 추락한 것은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중국 경제가 올 1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갈수록 뒤로 늦춰지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지난 16일 금융전문가들과의 좌담회에서 “시장에 돈이 충분히 풀려있지만 실물 경제로 제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며 “올해 7% 성장을 달성하기도 쉽지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부동산 시장·인프라 투자가 관건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지 여부의 관건은 인프라 투자와 부동산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 둔화 속도를 제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자 최근 들어 각종 인프라 투자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9월 이후 최근까지 6900억위안(약 121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승인했고, 1조2000억위안 규모의 인프라투자 전용 펀드도 설립했다.
상하이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인프라 투자 확대를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에 빗대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두 번째 화살(재정 확대)’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제일재경일보는 “오는 26일 열리는 공산당 5차 전체회의와 12월 개최되는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전후해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경기 둔화의 주범 역할을 했던 부동산 시장이 경기 회복에 기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인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거래량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주요 100대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상승했다. 거래량도 7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9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7.5% 증가했다. 김선영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신규 투자를 견인할 정도로 회복되는지가 향후 중국 경기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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