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부터 상장까지 인큐베이팅
상장 후 6개월간 지분보유 조건…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 일환
[ 이유정 기자 ] 내년부터 증권사가 지분을 5% 이상 투자한 비상장 기업이라도 해당 증권사가 직접 기업공개(IPO) 주관업무를 맡을 수 있게 된다. 증권사의 자기자본투자(PI)가 활성화되는 동시에 장래가 유망한 비상장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도 늘어날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 PI 부서들은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IPO 부서와 이해관계가 엇갈려 비상장 기업 투자에 제한을 받아왔지만 내년부터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유망기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증권사가 지분을 5% 이상(관계회사 포함 10% 이상) 투자한 기업도 직접 상장주관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업자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주관사가 회사 지분을 지나치게 많이 갖고 있으면 공모가격을 높게 산정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관업무를 제한해왔지만 증권사의 모험자본 투자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규 ┯?완화하기로 했다. 그 대신 5%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해서는 6개월간 매매를 금지하는 등 이해상충 방지장치를 마련했다. 증권사가 최대주주이거나 계열 관계인 기업에 대해서도 주관업무를 금지한다.
증권사들은 이번 규제 완화로 유망 비상장 기업 발굴에 대한 IPO 부서와 PI 부서 간 시너지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 PI 부서는 자기자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IPO 부서는 상장을 성사시키기 위해 각각 유망 비상장 기업 발굴을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유진투자증권은 2013년 미국 바이오기업 엑세스바이오를 국내에 상장시키면서 지분 5%가량을 투자해 60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상장 수수료의 6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당시 내부적으로 추가 지분 투자를 고려했지만 금융당국의 주관사 규정 때문에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향후 IPO 부서와 PI 부서의 이해관계가 같아질 경우 기업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춰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집행할 여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장기적으로 증권사들이 유망기업에 대한 인큐베이팅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 인큐베이팅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성장을 지원한 뒤 IPO를 통해 차익을 회수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투자회수에 대한 리스크는 크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벤처캐피털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기업 인큐베이팅에 증권사도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대표 주관사를 제외한 인수 증권사들이 IPO 공모주 물량에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것을 허용할 방침이다. 기관청약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제시하는 것은 금지하고 사전에 협의된 물량에 대해서만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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