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감소 폭 금융위기 이후 최대
교역 1조달러 달성 쉽지 않을 듯
믿을 건 대표기업 4분기 실적
삼성전자, 반도체·스마트폰 호조
현대차, 폭스바겐 반사이익 기대
[ 서욱진 기자 ]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2.7%로 하향 조정하는 등 부정적 시각이 많다.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부진한 수출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하반기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이 완화됐지만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역 1조달러 달성 어려울 듯
최근 몇 년간 서비스산업 육성 등으로 내수 키우기에 힘쓰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아직 수출 중심이다.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수출을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한국 수출은 다소 반등했지만, 3분기 수출이 전년 대비 9.4% 감소하는 등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수출은 435억1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3%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여전히 마이너스권이지만 지난 8월 수출 감소폭 -14.9%보다는 다소 나아진 수치다.
올 들어 9월까지 교역 실적은 수출 3971억달러, 수입 3308억달러로 총 7279억달러를 기록했다. 4년 연속 교역 1조달러를 달성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212억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분기별로 볼 때 3분기 수출은 1285억달러로 전년 대비 9.4% 감소해 2009년 3분기 수출 감소폭(-17.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라면 올해 한국 수출은 작년보다 4~6% 감소하고 교역 1조달러 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 수출이 감소한 것은 1960년대 이후 네 차례밖에 없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으로 1998년(-2.8%), 2001년(-12.7%), 2009년(-13.9%), 2012년(-1.3%)에 전년보다 수출이 줄었다.
○삼성전자 등 대표 기업에 기대
그러나 아직 희망을 버릴 수 없다. 대표 기업들의 4분기 선전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시장 기대치(6조5865억원)를 훌쩍 뛰어넘은 7조3000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 잠정치를 발표했다. 환율 영향이 있었다고 하지만 삼성전자의 저력을 잘 보여준 실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갤럭시노트5와 S6엣지플러스 등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덕분에 지난달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수출은 올해 최고 「?기록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9월 ICT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한 159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1.4% 증가한 77억70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81억3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올해 ICT 무역수지가 월 8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스마트폰 외에 반도체와 디지털TV 등의 수출도 증가했다.
현대자동차도 핵심 경쟁력과 환율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 업체는 판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휘청이고 있어 현대차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현대차에 대해 “원·달러 환율이 지난 5년 새 가장 유리한 수준에 놓여 있고 신형 아반떼를 출시하고 투싼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등 상품성을 개선하고 있다”며 “올 4분기 영업이익은 1조9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나면서 이익 개선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산업 개편 등 나서
정부도 ‘수출 부진 업종 긴급 점검회의’를 여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수출이 부진한 철강, 조선, 석유화학, 석유제품 분야를 중심으로 수출 증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조선 철강 등의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세계경기 위축과 공급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 등으로 수출 여건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악화됐다”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조속히 추진하고 산업별 구조 개편과 노동개혁 등을 통해 수출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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