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무한도전'에서 배우 심형탁이 불러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던 미니언즈 OST 'Hair'는 주말이 지나고 나서도 머리 속을 계속 맴돌았다. 나도 모르게 그 괴상한 외계어를 흥얼거린다. 중독성 면에서는 '아프지마 도토 도토 잠보', '링딩동 링딩동' 등 대표적인 수능금지곡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것 같다.
때마침 최근 출시한 EA의 '미니언즈 파라다이스'가 눈에 들어온다. 미니언즈의 IP(지적재산권)를 십분 활용한 전형적인 SNG로, 외딴 섬에 도착한 미니언들이 건물을 세우고 물건을 만들어 휴양지를 건설해가는 게임이다. 한물 간 장르 취급받는 SNG지만, 역시 미니언즈의 존재감은 강력했다. '미니언즈 파라다이스'는 출시 하루만에 한국, 프랑스, 대만, 호주 등에서 인기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p>
'미니언즈 파라다이스'의 가장 큰 강점은 당연히 IP다. 전 세계 44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미니언즈다. 굳이 '뚜찌빠지뽀찌' 열풍이 아니더라도, 미니언즈가 등장하는 게임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특히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여성유저들에게 제격이다.
EA는 미니언즈 팬들을 공략하는 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잘 만든 애니메이션 오프닝으로 몰입을 유도하고, 미니언의 귀여운 모습과 디테일한 액션으로 유저들의 시간을 도둑질해간다. 여기에 시간이 남을 때 할 수 있는 다양한 미니 게임과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계속 추가되는 미니언들이 마무리 일격을 날린다. 미니언즈 팬들은 귀염사, 심쿵사를 조심해야 할 것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에 가깝게 구현한 그래픽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최신 게임이니 그래픽 품질이 좋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오랜만에 SNG로 돌아온 유저들이라면 장족의 발전을 이룬 그래픽에 혀를 내두를 것이다.</p>
SNG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 소셜 요소는 페이스북과 연동하는 기존 SNG의 방식을 유지한다. 다시 말해, 페이스북 친구가 없으면 혼자서 쓸쓸히 게임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페이스북이 아니라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었으면 어땠을까. 페이스북도 나쁘지는 않지만, 'for kakao'가 못내 아쉽다.
SNG 특유의 늘어지는 게임 진행도 불안 요소다. 휴양지가 점점 발전할수록 대기시간도 늘어나는데,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멍하니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 물론 미니게임조차 없는 다른 SNG보다는 낫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일 뿐, SNG 특유의 지루함은 여전하다. '클래시오브클랜'류의 전략게임처럼 다른 유저들의 자원을 약탈하는 경쟁 요소를 도입했다면 더 많은 유저를 끌어모았을 것 같다.
SNG의 수명은 한국에 들어오면 유독 짧아진다. 전세계적으로 대히트를 기록했던 EA의 '심슨가족: 스프링필드'같은 게임들도 반짝 인기에 그쳤다. 한 번 실행하면 끝을 봐야 하고, 협동보다는 대결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미니언즈 파라다이스' 또한 다른 SNG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뚜찌빠찌뽀찌' 배우 심형탁을 광고모델로 기용한다면 게임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미니언즈 파라다이스'는 오랜만에 만난 정통 SNG다. 인기 IP의 활용도 좋고 게임의 만듦새도 괜찮다. 다만 SNG 특성상 한계점이 분명하다. 한국보다는 해외 흥행이 기대되는 게임이다.</p>
서동민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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