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한 핵 개발하는 한 UN 제재 넘어선 대북경협 힘들어"

입력 2015-10-21 17:37  

제2, 제3 개성공단?
'통행·통신·통관'부터 풀어야…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먼저

한·중, 한·미는 '윈윈 관계'
"한·미 동맹을 중심축으로 중국과 관계 넓혀 통일에 활용"

탈북자 껴안기로 통일 연습
전문직 종사하던 탈북자 등 맞춤형 정책 통해 정착 지원



[ 전예진 / 김대훈 기자 ]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1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조만간 북한과 중국 고위층의 상호 방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계기로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간 덕분에 북·중관계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가해진)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문제와 관련, 그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며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한 UN 제재를 넘어선 대북 경제협력과 투자는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비핵화에서 스스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어야 규모 있는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탈북 여자 의사가 한국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도저히 살기 힘들어 자살을 시도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의사뿐만 아니라 한의사, 간호사들도 남한에서 고시를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합격이 어렵다. 교사, 공무원, 군인 등 북한 사회에서 중심 역할을 하던 사람들이 한국에서 비슷한 업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전문직을 조사해서 직업 전환 프로세스를 구상하고 방안을 만들면 북한에 좋은 메시지를 줄 것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정부도 탈북자를 통해 통일을 연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2만8000여명의 탈북자를 껴안지 못하면 통일 이후 2500만명의 북한 주민과 같이 살기 힘들다. 이 때문에 탈북자의 자립자활 기반 마련을 목표로 개별 상황에 따라 맞춤형 정책을 펴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던 탈북자의 경우 직종에 따라 진입 장벽이 높아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사례가 많다. 본인의 노력도 필요하고, 균형 있는 정책으로 이들을 받아들이고 끌어안아야 할 문제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북한의 상황을 보면 경제 부문에서는 안정됐다는 평가가 많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할 때 3년을 못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고, 3년을 넘기면 오래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북한 체제가 안정궤도에 접어든 것인지, 아직도 불확실하다고 봐야 할지 평가한다면.

▷홍 장관=북한의 정치, 경╂?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정보 부족으로 한계가 있다. 어느 한쪽으로 예단하기보다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처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열병식을 통해 북한의 모습을 봤을 때는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 교수=남북이 통합되면 북한 지역을 개발할 시나리오가 있나. 중국 푸젠성이 대만의 투자가 허용되면서 순식간에 변화했는데, 북한도 이런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독일은 옛 동독의 소도시를 대학도시라는 테마에 맞게 개발해 동·서독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가 됐다. 이처럼 통일 준비 차원에서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홍 장관=통일 준비와 관련해 민간 차원에서 북한 지역을 개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진행하고 있다. 통일부에선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문제를 정책에 반영하고 각 부처와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중국 푸젠성과 같은 구체적 계획이 있나.

▷홍 장관=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 이사장=북한의 인적 자원 개발이 중요한데 북한 노동시장이나 경제활동인구와 관련한 자료 통계가 부족하다. 북한의 어떤 지역에 어떤 산업이 발달했고 앞으로 어떤 분야의 지원이 필요한지 연구가 필요하다. 정부가 북한에 식량이나 물자를 지원할 때 직업훈련을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현재 개발도상국?대상으로 하는 ODA(공적개발원조) 방식을 북한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미국은 남미 이민자를 직업훈련을 통해 교사로 양성했다. 탈북자 중 역량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교육정책을 폈으면 한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지난 7월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고 여행했다. 열차엔 북한 노동자 100여명도 타고 있었다. 외화벌이 차원에서 러시아에 파견된 벌목공, 건설노동자였다. 며칠간 이들과 대화하면서 북한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남한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와 흐름도 잘 알고 있었다. 북한 노동자를 만나고 나서 이들을 남한에 데려와 개성공단과 비슷한 모델을 구상해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제2, 3의 개성공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새만금 같은 곳에 북한 노동자를 데려오면 좋지 않을까.

▷홍 장관=제2, 3의 개성공단과 관련해 강화도, 파주 등 여러 후보지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1단계도 다 못 지어진 게 현실이다. 2013년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근로자를 철수시키면서 공단 가동이 중단됐다가 재개됐는데, 이때 남북이 합의한 게 국제적 공단을 만들자는 ‘발전적 정상화’다. 그런데 재가동 뒤 북한은 합의 이행에 소극적이다. 북한의 목표는 재가동이었다. 정부는 개성공단공동위원회 등을 통해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를 해결하면서 공단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현재 인터넷도 안 되고 통관도 수기로 한다. 제도적 문제가 해결돼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남북 ?경제력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통일 비용이 많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이다. 비용을 추산하긴 어렵지만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있는지 확신이 없다. 북한 경제의 중국 예속화도 심해지고 있는데 통일 이후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 강원, 제주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대북 교류를 활성화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

▷홍 장관=개성공단 외에 경제협력 필요성이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5·24 제재 조치에 가로막혀 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있게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그 부분에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규모 있는 경제협력과 투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옥동석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일본은 남한이 북한을 실효지배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북한의 전시상황 발생 시 일본이 대한민국 승인 없이 북한에 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봐야 하나.

▷홍 장관=일본 안보법제 개정과 자위대 문제의 경우 국익 차원에서 우리의 권리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 주필=(지난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정부의 친중 노선이 큰 문제에 봉착했다고 느꼈다. 과연 친중 노선이 중국을 북한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을 것인가. 친중 정책이 통일을 달성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것인지, 한·미관계와 한·중관계가 충돌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홍 장관=통일문제는 국내와 국제 문제 양쪽 측면이 있다. 대箕慣뮌?주도해야 하지만 국제 협력은 필수적이다. 친중 노선이라는 표현에는 부정적 의미가 들어 있다. 친중이라고 해서 중국으로 기우는 것은 아니다. 한·미와 한·중 관계는 서로 ‘윈-윈’이다. 어느 한쪽이 손해보는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않고 둘 다 발전시킴으로써 국익에 활용한다는 목표를 두고 대미, 대중 외교가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인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가되 중국과의 관계도 넓혀 한반도 통일에 활용하겠다는 차원이다.

▷장종현 리마 대표=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을 맺자고 제안한 것을 보면 통일 문제에 있어서 북한의 카운터파트는 우리가 아니라 미국 같다.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가 개입하지 않으면 통일은 불가능한 것인가.

▷홍 장관=북한도 실질적으론 대한민국을 빼고 미국과 평화협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평화협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평화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도 비핵화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뢰가 없으면 평화협정은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전예진/김대훈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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