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3D 낸드 등 만들기로
[ 김현석 기자 ] 인텔이 30년 만에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중국에 최대 약 6조원을 투입해 내년부터 3차원(3D) 낸드 등 최첨단 메모리를 생산하기로 했다.
인텔은 35억~55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다롄에 있는 반도체 공장을 메모리 공장으로 전환한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10년 문을 연 다롄 공장은 노후화된 65나노 공정에서 시스템 칩을 제조해왔다.
인텔이 내년 하반기부터 다롄에서 생산하는 메모리는 3D 낸드와 최근 발표한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적용한 뉴메모리다. 둘 다 최신 제품이다. 인텔은 그동안 미국 외의 지역에선 최신 제품보다 두세대 이상 뒤처지는 제품을 생산해왔다. 반도체산업을 적극 육성 중인 중국 정부는 인텔에 법인세 면제와 토지 무상대여 등 막대한 지원을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1985년 D램 시장에서 철수했고, 낸드는 마이크론과 합작한 IM플래시에서 조달해왔다. 인텔이 메모리에 직접 뛰어드는 건 주력인 PC용 중앙처리장치(CPU) 판매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PC용 반도체는 모바일용에 밀려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인텔은 스마트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개발해왔지만, 낮은 전력소비를 요구하는 모바일용 반도체의 특성을 갖추지 못한 데다 애플 삼성 퀄컴 등 경쟁사에 밀려 시장 개척에 실패했다.
앞선 기술을 가진 인텔이 메모리 생산을 본격화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게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시각이다. 인텔은 가장 앞선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갖고 있으며, 공정에서도 삼성전자나 TSMC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반도체 업계의 최강자다.
최첨단 14나노 공정의 경우 삼성전자는 올해 양산에 들어갔지만, 인텔은 작년 말부터 가동했다. 인텔은 또 낸드 속도가 프로세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각종 디지털기기에 병목현상이 생기자 이를 해결할 신기술인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최신 발표했다. 이 기술로 만든 뉴메모리는 속도가 기존 낸드보다 1000배 빨라질 것이라는 게 인텔의 예측이다.
인텔은 중국에서 제조한 낸드와 뉴메모리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생산할 계획이다. 인텔은 지난 8월 뉴메모리를 탑재한 SSD ‘옵테인’을 선보였다. PC와 서버의 C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인텔은 이 SSD를 CPU와 묶어 팔 수 있어 SSD 시장 1위인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롭 크루크 인텔 수석부사장은 “SSD는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인텔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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