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 적은 곳이 역시 생활물가도 낮았다

입력 2015-10-22 18:22  

한경이 한국소비자원의 지역물가통계를 심층 분석한 결과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16개 시·도별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20개 생활필수품을 토대로 장바구니 물가를 산출해 비교한 결과, 제주(16만8600원)와 강원(16만8039원)이 1위와 2위로 서울(16만3194원) 대구(16만3325원) 부산(16만6506원)보다 높았다. 또 가격이 가장 비싼 생필품 수에선 강원이 7개, 충남이 4개인 데 비해 서울·대구·인천·대전·울산은 각 1개, 부산은 제로였다. 대도시 물가가 여타 지역보다 높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그렇지만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일수록 수요가 많아 물가상승 압력이 크기 마련이지만, 그만큼 물류 등 비용절감과 가격 경쟁 역시 치열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 등의 각종 할인 판매가 줄을 잇는다. 대도시일수록 유통구조와 판매점 혁신이 활발해 가격인하 효과가 큰 것이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대형마트와 생필품 소비자가격 간 상관관계’란 보고서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같은 서울인데도 장바구니 가격이 대형마트가 있는 중랑구와 강서구가 25개 자치구 중 가장 낮았고, 대형마트가 없는 종로구와 서대문구는 두 번째와 다섯 번째로 높았다. 제조업체에 대한 협상력이 강한 대형마트가 많을수록 백화점과 일반 슈퍼마켓 등 다른 판매업체들의 가격 경쟁도 유발한다는 분석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물류비용이 절감될수록 소비자의 후생은 커진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의 소비자들도 당연히 이런 혁신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 소비자들이 사실상 보조금을 지원하는 각종 가격 규제도 끝내야 한다. 이번 분석 결과 우유 가격은 지역간 차이가 가장 작았지만, 고질적인 원가연동제가 없다면 전국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내려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보호 아닌 경쟁에서 혁신이 나온다. 소주시장에서의 저도주 열풍, 소비부진을 뚫고 약진하는 편의점 등이 모두 그렇다. 그래야 산업 경쟁력도 높아진다. 유통혁신이 더 확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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