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업황 전망
화학업종은 올해 부정적인 영업 환경 속에서도 선전했다. 올 들어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화학업체 상당수가 지난 2분기 사상 최대에 가까운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최근 몇년간 저조한 실적을 냈지만 올 상반기엔 확실히 개선된 성적표를 내놓은 것이다.
○상반기 ‘맑음’ 하반기 ‘흐림’
화학제품 가운데 ‘에틸렌’ 시황 개선이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에틸렌 판매가격은 물론 마진(제품가격과 원재료가격의 차이)도 화학업체의 최고 호황기였던 2004~2005년 수준과 비슷했다. 에틸렌 계열 제품 가운데 폴리에틸렌(Polyethylene) 시황 개선이 특히 두드러졌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등 화학업체들이 ‘깜짝 실적’을 보인 것도 폴리에틸렌에서 양호한 실적을 낸 덕분이다.
하지만 하반기엔 새로 고려할 변수가 많다. 에틸렌 실적 호조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상반기엔 중국 및 인도 화학공장이 정기보수를 하면서 일시적으로 공급 경쟁이 완화된 덕에 업황이 개선됐다. 하반기엔 경쟁국 설비들이 속속 가동을 시작하면서 상반기만큼의 수급 개선은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화학제품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황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더 이상 이어가긴 어렵다.
하반기 들어 에틸렌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올해 말이나 내년을 기점으로 에틸렌 강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에틸렌 가격이 하락하면 화학업계 실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프로필렌과 부타디엔 등 제품은 공급과잉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아로마틱스(Aromatics, BTX) 제품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5년의 전반적인 화학업황 호조가 2016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근거가 강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제유가는 단기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저유가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에 연동되는 범용 화학제품은 근본적으로 좋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형국인 셈이다. 따라서 범용 화학제품 매출 비중이 높은 종목은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범용 화학제품 생산 경쟁력을 갖춘 중국이나 중동 석유화학기업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차별화·신사업으로 돌파
화학업을 둘러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국 화학업체들이 앞으로 닥칠 난국을 타개할 대안은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주목할 때 LG화학과 한화케미칼 SKC 국도화학 등이 유망하다고 본다.
LG화학은 범용 제품뿐 아니라 폴리에틸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ngineering plastic), SAP(Super-Absorbent Polymer) 등 고부가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합성고무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등의 제품도 생산 중이다. 이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실적 변동성을 낮췄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눈길을 끈다. 전기차의 혁신을 가능케 한 것이 GM ‘볼트’ 등에 납품하고 있는 LG화학의 배터리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실적 회복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태양광 자회사인 한화큐셀이 지난 4월 미국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에너지(NextEra)에 총 1.5GW의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고, 올 4분기 들어서도 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업체들이 잇따라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하면서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서 노하우를 갖춘 한화케미칼도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다.
SKC도 올 들어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PO(폴리프로필렌 옥사이드) 제품 실적이 견조하고 필름, 바이오 소재, 반도체 소재 등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파고들면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사업 다각화로 연간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올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 에폭시(페인트 등의 원료)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국도화학도 유망 종목이다. 국도화학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6.3% 많은 205억원으로 추정된다.
손지우 < SK증권 연구원 jwshon@sk.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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