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달 3일이면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가 끝난다. 연임은 물 건너갔고, 이제는 이사장마저 공석이 될 판이다. 후임 인선은 절차를 밟는 데 몇 달씩 걸린다. 국민돈 5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용책임자(CIO)의 동시 부재가 불가피하다. 운용조직의 공사화를 놓고 벌어진 공복들 간의 싸움에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누가 책임질 텐가.
이런 유의 인사 갈등은 대개 청와대와 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에서 벌어진다.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당사자에게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시간을 끌며 무언의 압력이나 넣다가 꼭 사 事?나는 것이다. ‘문고리 권력’ 운운하는 추측들도 이런 안개 상황 속에서 생겨난다. 2013년 이석채 전 KT 회장의 퇴진 과정도 그랬다. 퇴진요구 전달자도, 메시지도 모두 모호했다. 이 전 회장이 반발하자 검찰의 표적수사와 배임죄 기소로 이어졌지만 결국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당사자는 화병(火病)이 날 일이지만 정부로서도 이런 망신살이 없다.
국민연금공단 사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홍 본부장을 연임시킬 의중이면 미리 최 이사장에게 명확하게 전달했어야 했다. 한 달여 동안 변죽만 울리다가 뒤늦게 월권이라고 몰아세우니 이 말썽이 났다. 당사자들도 그렇지만 정부가 모호한 메시지로 불필요한 잡음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