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 노벨상, 부러워만 할 건가

입력 2015-10-25 18:08  

이혜정 <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


투유유 중국중의학연구원 명예교수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에 중국이 떠들썩하다. 올해 85세 여성으로 30대 후반부터 말라리아를 연구해 1971년 여름 중국 고전의서인 《주후비급방》에 기록된 ‘개똥쑥이 말라리아에 쓰인다’는 처방을 토대로 치료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찾아냈다.

같은 분야 연구자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만감이 교차했다. 전통의학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왔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한국이 아닌 중국이 먼저 관련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투 교수의 노벨상 수상은 그만한 환경이 뒷받침됐다. 중의약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6개 산하 병원과 14개 산하 연구소를 거느린 중국의 전통의학 분야 국가 연구기관인 중국중의과학원, 중의(中醫)와 양의(洋醫) 간의 상호 개방적인 분위기, 이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한 중의약산업 등이 바탕에 깔려 있다.

우리도 중국의 선례를 참조해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가야 한다. 우선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란 논쟁은 그만해야 한다. 의료 직능 간 다툼으로 인해 우리의 소중한 전통지식을 스스로 비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략岵?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이젠 핵심적인 단일 현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인력과 예산 등이 투입돼야 한다. 중국의 말라리아 치료물질 개발도 전략적 투자의 산물이었다.

우수한 연구자 그룹을 키우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중국 내에선 투 교수의 노벨상 수상이 연구자 그룹에 대한 공동 수상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대학과 연구원, 기업 연구소에 있는 우수하고 검증된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연구 그룹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국의 노벨상 수상은 그저 한 번의 뛰어난 성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투 교수는 1967년에 연구를 시작해 1971년에 성과가 나왔고, 그것이 검증·확인되는 데 40여년이 걸렸다. 우리가 이번 계기를 통해 한의약 분야 R&D의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 나간다면 그 기간보다는 단축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노벨상을 타야 할 것처럼 호들갑만 떤다면 몇 년이 흐른 뒤에도 부러워하기만 할지 모른다.

이혜정 <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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