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제로금리 유지 '확실'…일본, 30일 확대 부양책 꺼낼 듯
주요국 증시 크게 올라…통화전쟁 비화 우려도
[ 이심기 / 서정환 / 김동윤 기자 ]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인민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를 결정한 데 이어 일본은행(BOJ)도 경기부양책 확대를 논의 중이다. 미국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불투명한 가운데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현 제로수준에서 동결한 뒤 경기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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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물리는 금리인하·돈 풀기 경쟁
지난 23일 저녁 중국 인민은행의 기습적인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발표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왔다. 이로써 중국은 최근 1 璲?연 5.60%였던 기준금리를 연 4.35%로 1.25%포인트 낮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의 양적 완화 확대와 기준금리 인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연기 움직임에 이어 중국도 돈 풀기 대열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을 담당했던 에드워드 프래사드 코넬대 교수는 FT에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향후 경기지표가 최근 나온 3분기보다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한 선제조치”라고 분석했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ECB와 중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Fed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지난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예상됐던 수순”이라고 말했다. 당시 FOMC 위원들은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금융시장 혼란이 미국의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와 수출 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을 기대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으로선 Fed의 금리동결로 추가 부양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본도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에 대응해 부양책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지난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년4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뒷걸음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서도 오는 30일 열리는 일본은행의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양적 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훈풍
27~28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도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월가의 분석이다. 시카고상품거래 ?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가격을 토대로 한 10월 금리인상 확률은 6%에 불과하다. 29일 나오는 미국의 3분기 GDP 증가율 속보치도 1.7% 안팎으로 2분기 3.9%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금리 결정보다는 FOMC 성명서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가 더 큰 관심사라고 전했다.
ECB와 중국 인민은행이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을 구사하고 Fed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미루고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글로벌 증시는 급등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와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지난 한 주간 2% 이상 급등하며 주간 기준으로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7월 이후 최고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S&P500지수는 지난주 2075.15를 기록하며 연간 기준 상승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으며, 나스닥지수도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호조까지 맞물리며 5000선 위로 올라섰다. 독일과 프랑스 증시도 지난주 2% 후반대로 상승세를 기록했고, 유럽 증시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한 주간 4.93% 상승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주요국 중앙은행의 부양책이 자국 통화가치의 경쟁적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통화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한때 1.10달러가 붕괴되면서 8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주 유로화 가치는 2.8% 폭락하며 3개월 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월가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며 “이는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한 일본과 ECB의 추가 대응으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도쿄=서정환/베이징=김동윤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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