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심기 특파원) 세계 금융중심지 월가 매니저들의 ‘로망’이자 성공의 대명사인 햄프턴의 최고급 별장 10곳중 3개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미 동부 최고급 휴양도시의 부동산 시장도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
뉴욕 맨해튼에서 동쪽으로 150km 가량 떨어진 햄프턴은 대서양을 낀 해변도시로 전 세계 부호들의 별장들이 몰려있다. 이중 상당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봉을 받는 월가의 헤지펀드 매니저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주말 저택들이다.
롱아일랜드의 부촌 햄프턴의 최고급 주택시장은 수개월전까지만해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 거품이 절정에 달하던 2007년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7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의 제로금리로 지난해 증시가 폭등하면서 두둑한 보너스를 챙긴 월가의 ‘큰 손’들과 세계 각 국의 부호들은 여름 별장을 사기 위해 햄프턴으로 몰렸다. 과열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수요가 늘면서 올해 1분기 햄프턴의 부동산 거래건수도 541건으로 2007년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름을 거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집을 사겠다는 부자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롱아일랜드 해변가에 위치한 고급맨션의 거래건수는 52건으로 1년전에 비 ?16% 급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밀러 사무엘에 따르면 가격기준 상위 10%의 최고급 주택중 주인을 찾지 못해 비어있는 곳은 292채로 전체 34%에 달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실거래를 기준으로 한 햄프턴 지역 최고급 주택의 중간가격도 530만달러로 1년전에 비해 18% 폭락했다.
현지 부동산 업계는 햄프턴의 부동산 경기 침체를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 확대에 돌리고 있다. 주고객층이 밀집한 월가가 글로벌 경기둔화와 이로 인한 금융시장 침체로 헤지펀드를 포함, 금융회사들의 수익이 급감하면서 햄프턴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는 것.
실제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3분기 헤지펀드의 평균수익률이 -4%로 추락하면서 운용자산(AUM)도 950억달러 감소한 2조8700억달러로 줄었다. 같은 기간 헤지펀드에 유입된 신규 투자금은 56억 달러로 상반기 200억 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분기를 보냈다.
블룸버그통신은 햄프턴 현지 부동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최근 몇 년간 과열되면서 가격이 급등한 햄프턴지역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심리에 방아쇠를 당겼다”며 “현재는 집을 사려는 수요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끝) /sglee@hankyung.com
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