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원산지 표시 의무화해야"
[ 김보라 기자 ] 정부가 국내로 수입된 일부 중국산 철근에서 ‘치명적 결함’을 발견해 KS인증을 전면 취소했다. 하지만 이 회사 철근 30만t가량이 이미 국내에 유통된 상태라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최근 중국 철강제조업체인 타이강강철이 한국에 수출한 철근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시판품 조사 결과를 근거로 2012년 부여했던 KS인증을 박탈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시판품 조사를 벌여 수입 철강제품의 KS인증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3월과 7월 국내 9개, 중국 6개 등 15개 업체의 철근을 조사했다.
그 결과 타이강강철이 생산한 철근의 중량과 연신율이 기준치에 미달했다. 중량은 무게를 견디는 힘을, 연신율은 휘는 정도를 나타낸다. 이것이 기준치에 미달했다는 것은 건물의 하중이나 지진을 버티는 힘이 약하다는 의미다.
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2011년 18만5000t에서 매년 늘어 올해는 100만t을 웃돌 전망이다. 가격이 국내산보다 t당 20만원가량 싸지만, 품질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타이강강철은 매달 1만t 이상의 철근을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KS인증은 국가가 정한 표준을 충족하는 상품에 부여하는 인증 제도다. 업체들은 KS인증을 받은 상품을 믿고 사용한다. 국내 건설업계도 95% 이상 KS인증을 받은 철근을 쓰고 있다. KS인증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KS인증을 받지 못하면 제대로 팔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KS인증을 박탈당한 타이강강철 철근의 국내 영업과 유통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KS인증을 받은 철근 회사는 중국 11개사, 국내 26개사다.
하지만 타이강철강의 부적격 철근 약 30만t이 이미 유통돼 각종 건축물에 사용됐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철강재의 원산지 표시 등이 의무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제품이 어느 건축물에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중국산 철강재 품질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막상 써보니 불량 제품이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철근 시판품 조사 역시 대형 건설사에서 “KS인증을 받은 철근을 사용해보니 불량이 너무 많으니, 정부 차원에서 시정해 달라”고 먼저 문제를 제기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이번 KS인증 취소를 계기로 중국산 불량 철강재가 추방되기를 업계는 바라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5월 중국산 불량 철근이 국내 철강사 제품인 것으로 둔갑해 유통되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가짜 KS인증서를 단 제품도 시장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추가대책이 없으면 불량 철강재 근절이 요원하다는 게 철강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철강협회가 올해 자체 조사한 안전 진단에 따르면 KS인증을 받은 중국 6개사 15개 제품 중 4개사 5개 제품이 부적합 철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철강재 통관 전 품질검사와 원산지 표시 의무화, 정부발주 공공 공사에 국산 철강재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종락 숭실대 건축학부 교수는 “철강재 통관 전 품질검사를 철저히 하고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는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며 “수년 전, 혹은 수십년 전 받은 KS인증에 대해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철강재 중 40%는 수입품이다. 외국 제품 중 중국산 비중은 64%에 이른다. 국산 철근과 중국 철근의 가격차이도 4년 전 t당 1만원에서 최근엔 20만원까지 벌어졌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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