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립각…'좌클릭' 탄력
[ 박해영 기자 ] 영국 야당 노동당이 좌파 노선을 더욱 분명하게 하고 있다. 강성 좌파인 제러미 코빈(사진)이 지난달 12일 노동당 대표로 선출되면서다.
주류 정치권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였던 코빈은 대표 경선에서 59.5%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6월 후보등록 마감에 임박해서야 추천 의원 35명의 서명을 가까스로 받아 입후보 자격을 얻었던 것을 감안하면 극적인 반전이었다.
노동당은 코빈이 전면에 나선 것을 계기로 과거 정통 좌파로서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대표 경선에서부터 코빈은 ‘좌 클릭’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는 보수당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 긴축을 거부하겠다고 공약했다. 보수당 정부의 공공 부문 축소와 복지 지출 축소를 막겠다고 했다.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선 긴축이 아니라 기업의 탈세 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도 국유화, 법인세 인상을 통한 대학 수업료 전액 면제 등도 그의 주장이다.
코빈 대표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보수당 정부가 추진 중인 신형 핵잠수함 4척 건조사업에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대립각을 분명하게 세우고 있다.
1997년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 대표를 내세워 정권을 잡았던 노동당은 이후 좌파 색깔을 지우고 중도 우파까지 끌어안는 ‘신노동당’ 노선을 지켜왔다. 블레어는 1994년 노동당 대표가 된 후 ‘생산·분배·교환 수단의 공동소유’를 명시한 당헌 4조를 삭제할 정도로 대변신을 추진했다. 대신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융합한 ‘제3의 길’을 주장한 블레어는 노동당으로선 처음으로 총리 3연임에 성공하며 영국인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2010년 총선에서 캐머런이 이끄는 보수당에 정권을 내주면서 신노동당 노선도 탄력을 잃었다.
노동당은 지난 5월 총선에서 에드 밀리밴드를 대표로 앞세워 중도 노선을 표방하며 정권 교체를 노렸지만 보수당에 다시 패했다. 총선 참패의 반작용으로 노동당이 정통 좌파를 자처하는 코빈을 대표로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빈이 대표 경선 과정에서 당헌 4조의 부활을 공언한 만큼 좌파 정당으로서 노동당의 선명성은 더욱 분명해질 전망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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