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단속 위해 꺼내든 '브렉시트' 카드…영국은 정말 EU서 발뺄까

입력 2015-10-27 07:0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9일부터 나흘간 영국을 방문해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그렇지만 시 주석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에 관해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을 게다.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면 런던이 글로벌 금융허브 기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럴 경우 런던을 위안화 국제화의 전초 기지로 삼으려는 중국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영국이 EU 잔류냐 탈퇴냐를 묻는 국민투표를 2017년 내에 실시하겠다는 방침은 계속되는 큰 불확실성이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른 데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책임이 크다. 2010년부터 불거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로 유로존 붕괴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마당에 EU로부터의 즉각적인 탈퇴와 반(反)이민 정책을 앞세운 영국독립당(UKIP)이 급부상했다. 집권 여당인 보수당에서도 위기에 빠진 EU에서 발을 빼자는 유럽 통합 회의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 대륙과 다름을 강조하며 시장 통합만을 중시하는 영국의 기본 시각도 EU에 부정적인 기류를 형성하는 데 한몫 거들었다. 캐머런은 UKIP의 부상을 제어하고 이 문제로 분열된 보수당의 ‘집안 단속’을 위해 국민투표 카드를 빼들었다. 그는 영국의 EU 잔류를 얻어내기 위해 이 카드를 썼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EU 탈퇴를 지지하는 영국 시민이 약 2% 높게 나왔다. 유로존 경제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2~2013년, 탈퇴 지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위기가 잦아들면서 잔류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두 달간 유럽의 난민 위기가 증폭되자 탈퇴 지지자들이 급격하게 세를 불렸다.

그만큼 탈퇴-잔류 국민투표 결과가 EU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 대의 민주주의에서는 총리가 책임을 지고 국정을 수행해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캐머런이 비판을 받는 것은 이를 방기해 결과적으로 큰 불확실성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다음달 EU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협상을 벌이고 이 결과를 국민투표에 회부한다. 이제까지 거론된 핵심 요구사항은 타 회원국에서 일하는 EU 회원국 시민들의 복지 혜택 제한, 추가적인 EU 규제의 반대 등이다. 독일을 비롯한 EU 회원국들은 영국의 잔류를 원하기에 최대한 양보 의사를 비쳐 왔다. 영국 정부는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협상을 마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국민투표를 치를 태세다. EU 잔류를 희망하는 영국 재계는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외국 기업들도 투자를 꺼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2017년 프랑스와 독일에서 각각 대선과 총선이 예정돼 있어 양국도 선거에서 ‘영국 문제’가 쟁점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앞으로 1~2년 안에 영국과 EU와의 관계가 재정립될 때까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계속해서 국제 경제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세워야 한다. 이래저래 영국과 유럽은 중요한 뉴스 메이커다.

안병억 <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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