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가양중학교, 자유학기제로 시작된 고전읽기 수업 화제

입력 2015-10-27 17:00  

▲ 대전가양중학교에서 인문고전 봉사를 실천하는 '바리스타' 13인과 유순준교사(1열 좌측 두번째)
<p>[한경닷컴 콤파스뉴스=강정구기자]</p>

<p>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교육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인문고전읽기 시민모임 '바리스타'의 13인. 매주 토요일 대전가양중학교 (교장 강병오) 30명의 아이들과 함께 성장의 기쁨을 알아가는 행복을 누리는 현장을 찾아가봤다.</p>

<p> '讀萬券書 行萬里路 交萬人友' 독만권서 행만리로 교만인우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많이 다니며 좋은 친구를 사귀라'는 뜻이다. 일찍이 중국의 역사서 <사기>를 쓴 사마천이 책을 쓰면서 머리맡에 두고 읽었다는 유명한 글귀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한 격언이다. 좋은 글을 쓰고 기록으로 남기는 데 '경험'만큼 소중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기자가 지난 10월 초 대전가양중학교를 찾았을 때 그곳에서 만난 13명의 사람들이 그랬다. 어떤 이는 대기업 사원으로 또 어떤 이는 공무원으로, 카이스트 연구원 등으?각자 살아가는 삶이 달랐지만 그들의 꿈은 한결같았다.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하는 것'이다.
대전가양중학교 학생들과 매주 토요일 동서양의 인문고전을 함께 읽는 이들을 사람들은 '바리스타'라고 부른다. 이곳에선 바리스타가 커피가 아니라 '생각'을 나눠주는 사람인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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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국가는 어떻게 생긴 거예요? 그리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해요."
본관 2층 영어전용실에서 플라톤의 <국가론>을 공부하던 2학년 오예린 학생이 질문했다.
"국가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생겼지. 사람이 혼자서 세상을 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생겨났어.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질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어야 해. 화폐와 시장이 필요하고, 중개인이나 상인, 임금노동자들도 있어야겠지. 인구가 늘면 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비좁을 테고, 그러다 보면 자원과 국토를 얻기 위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거든. 군대가 있어야 할 것이고 국가를 지킬 수호자가 있어야 하는 거지…."
바리스타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정진수 선생님은 '국가'에 대해 자신이 아는 전부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가양중학교는 재학생의 70%가량이 저소득 계층이고, 학생들의 학력은 저조한 편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런 상황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지만은 않았다. 열악한 교육환경을 극복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데 뜻을 모아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를 시작한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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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자 목표도 생겼다. '진정한 나 그리고 나의 길 찾기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가양나비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여진 도전은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꿈을 북돋아獵?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에게서 변화가 느껴졌다. 가양 중학교 진로탐색 활동의 특징은 자신의 모습을 깊이 있게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학교는 이를 위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강사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13명의 교육기부 봉사자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인문고전 읽기반'이 이 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전가양중학교만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탄생 하는 순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아마도 성장의 기쁨을 알게 되는 때일 것이다. 바리스타와 함께 하는 책 읽기 시간이 그랬다. 13명의 바리스타들은 자신이 느낀 읽기의 즐거움을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학생들은 바리스타들의 손에 이끌려 독서하는 습관을 갖게 되고 생각의 변화를 통해 깊은 향이 느껴지는 사람으로 숙성하는 것이다.</p>

<p>첫 모임이 어떻게 결성됐는지 궁금했다.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인문고전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이 모여 전국 규모의 모임 '폴레폴레'라는 인터넷 카페가 만들어진 것이 5년 전인 2010년이다. 그 산하에 '에스프레소'라는 대전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2년 뒤의 일이다. '에스프레소' 모임이 만들어지고 제일 먼저 시작한 봉사활동이 대전가양중학교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키워주는 '고전 읽기'였다. 회원들 가운데 인문고전 읽기에 관심 있는 13명의 교육 봉사자들이 매주 토요일에 대전가양중학교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어느덧 3년째다. 2013년 3월, 모임 내에서 봉사자를 모집하고 6월부터는 매주 토요일에 모여 스터디를 겸한 <논어> 수업 준비를 해왔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지식을 제대로 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을 찾아 이지성 작가와 함께 하는 교사 공부모임으로 발전했다. 봉사자 교육은 2013년부터 활동했던 자료를 토대로 <논어> 강독 10회, <공자전> 외 관련 도서 20여 권, <소학> <대학> <중용> <생각의 탄생> <성학집요> <격몽요결> 등의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에게 적용할 방법을 탐색하고 지도안을 작성하는 것은 물론이다.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자료들을 개발해 아이들에게 더 쉽고 빠르게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봉사해왔다.</p>

<p>"바리스타 회장님은 '교육자는 교육을 소홀히 하면 범죄자다. 우리가 주말마다 아이들의 두 시간을 훔친 거야'라고 말씀하세요. 사명감을 가지라는 거죠."
스터디 모임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바리스타 김은아(충남 논산 계룡지원청) 선생님의 말이다.</p>

<p>▲ 교사와 학생이 2:3으로 플라톤의</p>

<p><국가론>에 대해 수업하고 있다.</p>

<p>처음엔 아이들도 선생님도 서로 마주하는 것이 낯선 수업이었다. 교사와 학생이 1대3 혹은 2대3으로 만나서 <논어>의 주요 구절을 천천히 읽고 생각하면서 플라톤의 대화법으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한 뒤 답하는 수업에 아이들은 한 뼘씩 성장하기 시작했다.
"토요일 이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껴요. 우리는 솔직히 이런 수업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제가 생각을 하며 말하는 것 자체가 신기해요. 대학생이 되면 저도 선생님들처럼, 후배들에게 제가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눠주고 싶어요."
오예린 학생의 다짐이 꽤 여물어 있다.</p>

<p>바리스타 모임을 함께 운영하는 유순준 선생님(대전가양중학교 연구부장)은 "이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 중에는 평일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학생들도 있어요. 하지만 토요일 고전읽기 수업시간에는 잠자는 학생이 없어요. 저희는 그 점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어요."
유 선생님의 말처럼 토요일 오전에 만난 대전가양중학교 아이들은 의욕이 넘쳤다. 수업시간 내내 잠을 자기는커녕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생님을 응시하고 있었다.</p>



강정구 한경닷컴 QOMPASS뉴스 기자 polote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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