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구조재편 임박] 5조3천억 자구에도 글로벌 경쟁서 뒤처지는 국적 선사

입력 2015-10-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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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2 합병' 왜 나왔나

유럽·중국 해운사 M&A로 대형화하는데
한진해운·현대상선 5년간 선박 발주조차 못해
양사 "합병해봐야 시너지 작다" 일단 거부



[ 김보라 / 이유정 기자 ]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을 권유하고 나선 것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글로벌 선사들에 크게 밀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빅2’를 ‘원톱’ 체제로 재편하지 않으면 국적 선사들의 미래 생존을 기약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해운업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특히 연중 최성수기인 올 3분기에 현대상선은 적자를 내고 한진해운은 소폭 흑자에 그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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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화 불가피하지만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다. 배는 넘쳐나는데 실어나를 화물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현재 운항을 멈춘 채 정박해 있는 배만 전 세계적으로 2만척이 넘는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국내 해운업은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경기와 국제유가 동향에 따라 3년 주기의 ‘U자형 사이클’을 반복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글로벌 톱10’을 넘나들며 나름대로 선전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경쟁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해외 경쟁 선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1~2개의 대형 선사만 살아남는 구조가 됐다. 특히 중국 국영 선사들은 뒤늦게 해운업계에 진입해 10위권 내에 2개사를 진입시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은 정부 주도로 COSCO와 CSCL 등 대표 국영 해운사들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며 “합병이 완료되면 한국 해운업에 또 다른 머스크가 등장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5년 넘게 선박 발주를 단 한 건도 하지 못했다. 보유 선박도 1만3000TEU가 최대다. 현재 선복량 기준으로 한진해운은 세계 9위(62만TEU), 현대상선은 16위(38만TEU)로 밀려났다. 1위인 APM-머스크(301만TEU)와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이후 양사는 총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실행했지만 누적 적자 등으로 재무구조를 극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창호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국내 선사들이 M&A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대형 선박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는 2~3년 후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합병은 어려울 듯

대부분 해운 전문가들은 양사 합병이 성사되면 수익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대형 증권사 해운 담당 애널리스트는 “협상력을 높여 운임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며 “현재 5%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률이 선두권 수준(10% 내외)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합병 법인의 부채가 많아 정부가 금융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병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들이 많았다. 우선 해당 기업들이 합병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합병 시너지 효과가 부풀려진다는 의견도 있다. 양사의 운항 포트폴리오가 유럽과 미주 노선 중심으로 비슷하고 보유 선박도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아 큰 폭의 경쟁력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향후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자구 계획이 정부의 해운산업 구조 개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당장 올해 유동성엔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내년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현대상선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6500억원 규모의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된 것도 부담이다. 한진해운은 올해 흑자로 돌아설 전망인 데다 그룹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보라/이유정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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