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현우 기자 ]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57)과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60)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현대자동차 그룹 주요 계열사 CEO 22명 중 CFO 출신은 이들 두 명뿐이다. 22명 중 10명은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이다. 나머지 10명은 영업이나 생산 기획파트에서 주로 근무한 사람들이다.
현대차그룹에서 CFO 출신 CEO는 많지 않은 편이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2006년 정석수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을 끝으로 CFO 출신 CEO는 자취를 감췄다. 정 전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과 현대제철 등에서 CFO를 지냈다. 2006년 현대모비스 CEO에 선임됐으며 2009년엔 부회장에 올랐다.
이후 명맥이 끊겼던 현대차그룹의 CFO 출신 CEO는 지난해 6월 강학서 현대제철 재경본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다시 등장했다. 이어 7월에는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이 CEO로 선임됐다.
강 사장과 박 사장은 CFO 출신 CEO지만 성향은 정반대로 얘기된다. 강 사장은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이 돋보이는 경영자로 꼽힌다. 1955년생인 그는 영남대 경영학과를 나온 뒤 현대강관(현대제철에 합병된 현대하이스코)에 입사했다. 2009년 3월 현대제철 이사에 선임됐다. 그해에 상무·전무로 승진해 재경본부장까지 맡았다. 이 회사에서 1년에 두 번 진급한 유일한 사례다.
강 사장은 CFO 시절에도 업무를 재무부문에 국한하지 않았다. 총 투자규모 10조원이 넘는 현대제철 고로 건설을 주도하는 등 회사 경영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철 부회장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지금도 기획·인사·총무·구매 등 다양한 기능을 총괄하고 있다. 부하 직원들은 그를 “회사를 자기 몸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박 사장은 ‘소통의 리더’로 불린다. 단국대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1982년 현대차에 입사한 이후 줄곧 재경 업무를 담당한 재무통이다. 2003년부터 현대차 인도법인에서 재무를 담당하면서 공장 운영 안정화와 수익성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09년 인도법인장에 올랐다. 법인장으로서 i10과 i20 등 현지 전략차종을 연속으로 성공시키면서 현대차가 인도시장 2위를 확고히 다지는 기반을 마련했다.
박 사장은 사원·대리급 직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울 정도로 부하 직원들에게 세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에도 직원들과 비공식으로 만나 의견을 듣는다. 부하 직원이 실수해도 자신의 잘못이라면서 책임을 지기 때문에 따르는 직원이 많다는 평가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CFO 출신인 이들을 CEO로 발탁한 것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환율 급변 등으로 재무 부담이 확대됨에 따라 유연한 대처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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