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원의 화양연화] 굴뚝만 두고‥모두 어디로 간 걸까

입력 2015-10-28 14:15   수정 2015-10-28 17:23

뉴스래빗의 감성 기록 [화양연화] 2회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바나나우유
굴뚝만 남기고 사라지는 동네목욕탕



[편집자 주] 그 시절, 아버지와 아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요?

세상 모든 것에는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 누구든 무엇이든 영원할 수 없기에 화양연화는 가장 값진 기억, 가장 그리운 시절로 빛납니다.

'신세원의 화양연화'는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쓸려 사라지고 잊혀지는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의 '화양연화'를 기록합니다.











































# [신세원의 화양연화]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동네목욕탕을 운영한 지 어느덧 30년.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포함하면 70여 년.

문화재감이라는 저 굴뚝이 지나간 세월을 말해준다.

아궁이에서 아버지와 같이 땀 흘리며 태웠던 장작부터, 굴뚝 벽면 거뭇한 흔적을 남긴 연탄, 최근까지 사용했던 석유까지.

"참...옛날 생각 많이 난다."

물 낭비하면 ‘물장구’라고 따끔하게 혼냈던 동네 사람들.

이태리타월 한 장을 수건처럼 빨아 돌려가며 썼던 기억. 때 밀려면 보름 전에 예약 티켓을 받아야 했던 그 때. 작대기에 타월하나 꽂아 쓰면 몸 어느 곳이든 닦을 수 있었는데.

목욕탕 한 번 오면 무슨 할 얘기?그렇게 많은지. 복덕방처럼 북적이던 사람들 모습.

크고 멋진 수영장보다 신나게 놀던 아이들. "시끄럽다", "조용히 해" 호통 쳐도 킥킥거리며 더 신나게 놀던 그 놈들.

때밀이를 씩씩하게 마친 아들에게 아빠가 주던 상, 바나나우유. 손, 발톱 깎으며 도란도란 계란 까먹던 아빠와 아들.

주마등처럼 흐르는 기억. 텅 빈 목욕탕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속이 텅 빈 듯한 공허함은 무엇 때문일까? 드라마 촬영지로 변한 목욕탕, 게스트하우스로 바뀐 지금.

"고치지 말고 놔뒀어야 했나?“

사람 냄새 나던 그 때가 그립다. 바나나우유에 행복하던 사람들이.

삼청동에 하나 밖에 없는 목욕탕인 코리아목욕탕은 '코리아게스트하우스' 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목욕탕의 굴뚝을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국목욕업중앙회에 따르면 전국의 목욕탕은 2010년 8446개, 2011년 8252개, 2012년 8033개, 2013년 7818개, 2014년 7649개 등으로 점점 줄고 있습니다.

사라지는 목욕탕 대다수는 규모가 영세한 동네목욕탕으로 추정됩니다. 찜질방 등 대형 업소가 늘어나고, 전반적 경기 불활에 기름값 등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입니다.

그 시절, 아버지와 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 이 기사는 부친의 뒤를 이어 30년 넘게 코리아목욕탕을 운영하다가, 최근 게스트하우스로 전업한 장미수(61)씨의 실제 추억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뉴스래빗'은 한경닷컴 뉴스랩(Newslab)이 만드는 새로운 뉴스입니다. 토끼(래빗)처럼 독자를 향해 귀 쫑긋 세우겠습니다.

뉴스래빗이 만드는 다른 실험적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책임=김민성 기자, 연구=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뉴스래빗 페이스북 facebook.com/newslabi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lab@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