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 속 29일 '반도체의 날'] "안 된다는 생각 버려라"…땀으로 만든 '반도체 기적'

입력 2015-10-28 19:12  

미국서 눈칫밥 먹던 '삼성 특공대'
세계 3번째로 64K D램 개발

과감한 투자로 경쟁사 견제
30년 치킨게임 최후 승자로



[ 김현석 기자 ]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삼성전자가 1980년대 초 어려움 속에서 반도체에 도전하던 무렵, 당시 연구원이었던 권오현 부회장과 김기남 사장, 전동수 삼성SDS 사장,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등이 매일 아침 외치던 ‘반도체인의 신조’ 1조다. 이들은 64K D램을 개발할 때 64㎞를 구보하는 등 ‘악으로 깡으로’ 반도체산업의 기초를 일궜다. 한국 반도체업계가 ‘기적’을 만든 뒤엔 이들처럼 수많은 사람의 열정과 땀이 있었다.

○불가능을 기적으로 만들다

메모리 D램은 1970년 인텔이 개발했다. 이후 10여년간은 모토로라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미국 업체의 전성기였다. 1980년대는 일본의 NEC 히타치 도시바 등이 시장을 휩쓸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이 뛰어든 건 이 무렵이다. 여기엔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고집과 선견지명이 있었다. 이 회장은 망설이던 이병철 선대회장에게 “제가 수많은 기계를 뜯어봤는데 그 안에는 하나같이 반도체가 있었다”며 설득했다. 이 선대회장은 1983년 도쿄에서 반도체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은 이윤우 반도체연구소장(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등으로 구성된 ‘특공대’를 미국 마이크론, 일본 샤프 등에 연수 보냈다. 목표는 64K D램 개발이었다. 눈칫밥을 먹으며 곁눈질로 설계·제조기술을 배운 이들은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놓은 채 밤낮없이 일했다. 6개월 만인 그해 12월 64K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였다.

그러나 어려움은 계속됐다. 1986년 TI는 삼성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그해 영업이익의 80%가 넘는 8500만달러를 배상금으로 물어냈다. 1987년 이병철 회장이 타계하자 일부 참모가 이건희 회장에게 반도체를 포기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1988년 반전이 일어났다. 3년 불황이 끝나 반도체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1986년 말 개당 1.5달러이던 256K D램이 6달러까지 치솟았다. 삼성반도체를 합병한 삼성전자는 그해 그동안 반도체에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치킨게임에서 승자가 되다

삼성전자는 1991년 4500억원, 1992년 8000억원을 반도체에 쏟아부었다. 이런 노력으로 1992년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했다. 그리고 그해 D램 시장에서 도시바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현대전자도 1992년 64M D램을 개발하며 세계 17위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한국 업체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했다. 마이크론은 1993년 한국산 D램을 반덤핑 혐퓐?제소했다. 당시 최대 80% 이상의 덤핑 마진을 받아 붕괴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덮치자 현대전자는 LG반도체와 통합해 1999년 하이닉스를 세웠다. 2007년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1990년대에 담합했다며 벌금 4억8500만달러와 함께 임직원을 기소했다.

한국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이 같은 견제를 거뜬히 이겨냈다. 해외 업체들은 이에 맞서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독일 지멘스는 2000년 반도체사업부를 떼어내 인피니언을 설립했다. 인피니언은 D램만 떼어내 키몬다를 세웠다. 키몬다는 2006년 출범할 때 세계 2위였으나 2009년 파산했다. 일본 기업 중 마지막까지 D램을 생산하던 NEC와 히타치는 1999년 합작해 엘피다를 세웠다. 그런 엘피다는 2012년 파산,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됐다. 치열했던 치킨게임이 끝났다.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분기마다 수조원대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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