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 기업환경이 세계 4위라고?

입력 2015-10-28 19:23  

조진형 경제부 기자 u2@hankyung.com


[ 조진형 기자 ] 세계은행은 28일 새벽(한국시간) 한국의 기업환경이 전 세계 189개국 중 4위로 평가됐다고 발표했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선 1위다. 미국(7위) 독일(15위) 일본(34위) 등은 한국보다 한참 뒤다. 세계은행은 기업활동을 뒷받침하는 각국의 제도와 인프라를 평가해 객관적인 지표로 순위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쁜 소식이지만 상당수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기업들마저 구조조정 압박에 잔뜩 움츠린 현실을 떠올리면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얼마 전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 한국은 기업 효율성 분야에서 61개국 중 37위였다. ‘4위(세계은행) vs 37위(IMD)’. 평가 대상 국가 수를 감안하면 ‘상위 2% vs 하위 40%’의 격차다.

한국의 기업환경에 대한 상반된 순위는 각각의 평가 항목과 조사 방식이 다른 데서 비롯됐다. 세계은행의 기업환경 평가는 창업이나 건축 인허가, 전기 공급, 재산권 등록, 통관 등 10개 항목만 따진다. 기업활동을 위한 제도와 인프라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전기 공급’ 항목의 경우 서울의 신축 지상 2층 냉동창고(1300㎡)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가정했을 때 절차와 소요 시간, 비용 등을 평가한다. 이 항목에서 한국은 단연 1위다. 미국(44위) 중국(92위)과 점수 차가 상당하다.

반면 IMD 평가에선 제도나 인프라뿐 아니라 노동·입지·환경 관련 규제 등을 총체적으로 조사한다. 객관화할 수 없는 항목이 많아 주관적인 설문조사도 벌인다. 한국을 140개국 중 26위로 평가한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도 비슷한 방식을 쓴다.

국제사회의 평가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은 기업을 위한 제도는 잘돼 있지만 운용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인프라는 기업하기 좋게 갖췄지만 정작 소프트웨어적인 기업 경영환경은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파업 만능주의나 공무원 면피 행정, 그림자 규제, 후진적인 금융 시스템 등 켜켜이 쌓인 적폐를 걷어내지 않는 한 ‘기업환경 세계 4위’라는 평가가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리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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