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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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4용지 10장 분량의 보도자료엔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낙후된 기존 산업단지를 활성화하겠다는 총론만 담겨 있었다. ‘중고차 매매센터를 현대화하겠다’ ‘공공성을 강화한 시설을 새로 짓겠다’ ‘부품상가 단지도 현대화하겠다’ 등이다. 그러다가 자료는 갑자기 ‘2020년까지 74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57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결론내렸다.
특이한 점은 자료 끝부분이었다. ‘예술강사 직종 안정화 방안 도시락 간담회’ ‘홍대 인근 거리예술 현장 방문’ 등 뜬금없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사정은 이렇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달 7일부터 99개 생업·산업 현장을 방문하는 ‘일자리 대장정’ 행사를 펼치고 있다. 장안평 자료는 그 일환에서 나온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단체장 일정을 출입기자에게 보도자료로 배포해 외부에 알리는 건 통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특정 주제의 보도자료에 기관장의 전혀 다른 일정이 적시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서울시가 현장 문제 해결보다는 ‘시장 동선 알리기’에 급급한 것으로 비치는 이유다.
박 시장은 이날 장안평 등 4곳을 방문했다. 현장 애로사항을 직접 듣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빡빡한 일정의 현장 답사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지는 의문이다. 모든 현장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한 곳의 문제만 해결하는데도 상당한 고민이 필요하다.
박 시장은 앞서 지난 14일 용산 원효로1가에 있는 청년 먹거리노점상 골목 ‘열정도’를 방문해 10여분 동안 아르바이트 체험을 했다. 애초 서울시는 “박 시장이 2시간 동안 아르바이트 체험을 할 것”이라고 알려왔었다. 시장 동선에 관한 이런 혼선부터 없애야 ‘일자리 대장정’의 진정성도 의심받지 않을 것이다.
이해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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