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시인은 풍경을 제시할 뿐…시는 독자가 완성하죠"

입력 2015-10-28 19:42  

등단 30주년 맞아 시집 '소금 성자' 출간한 정일근 시인


[ 박상익 기자 ] ‘어머니의 그륵’ ‘감지(紺紙)의 사랑’ 등 서정성 짙은 시를 써온 정일근 시인(57·경남대 교수·사진)이 등단 30주년을 맞아 12번째 시집 《소금 성자》(산지니)를 출간했다.

새 시집에 실린 56편의 시는 3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시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체적인 삶의 장면 속에서 희망을 찾는 그는 표제작에서 히말라야의 한 노인과 소금을 노래한다.

‘소금을 신이 내려주는 생명의 선물로 받아/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사람이 있다.’ (‘소금 성자’ 부분)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시의 주인공과 소금의 관계를 시인과 시의 관계로 포착한다. 소금처럼 모든 것이 흔한 세상에서 흔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시인의 자세가 빛나는 시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이 창조해낸 세계 속에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시의 배열을 통해 이미지의 전환을 이뤄낸다. 그는 사과 청어 수박 앵두 같은 먹거리에서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바다와 경주 남산에선 기다림과 그리움을 그린다.

쉬운 시어로 짧게 쓴 것도 특징이다. ‘최상의 맛은 한 점이면 족하다//그것이 맛의 처음이며 끝이다//행여 욕심에 한 점 더 청하지 마라/그때부터 맛은 식탐일 뿐이니’(‘맛’ 부분) 같은 시에선 선시(禪詩)의 향기가 느껴진다. 정 시인은 “길게 말하는 시일수록 독자들이 외면하는 것을 느꼈다”며 “독자들이 생각할 여백을 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풍경을 제시할 뿐, 시는 결국 독자가 완성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인으로 30년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사회와 독자들 덕분”이라며 “시인은 독자에게 보답하는 마음, 사회적 책무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시집을 부산에 있는 출판사에서 낸 것도 그래서다. 정 시인은 “그동안 시한테 윽박만 지른 것 같은데 30년이 되고 나니 이젠 시가 하는 말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번 시집 인세 전부를 네팔에 기부하기로 한 것도 이런 생각에서다. 이미 초판 인세 전액을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했다. 그가 네팔을 돕기로 한 것은 2000년 히말라야 원정대에 동행했던 인연 때문이다. 그곳에서 얻은 위안과 평화는 고산병 후유증보다 컸다. 가난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의 모습도 잊을 수 없었다. 내년 1월에는 학생들과 함께 네팔로 봉사활동을 떠날 예정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강연회] 가치투자 '이채원.최준철.이상진' 출연...무료 선착순 접수중 (11.6_여의도 한국거래소)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