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전환…운용 전문성 강화
[ 이현진 / 오동혁 기자 ]
국내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 8월 출범한 ‘성장사다리펀드’가 다음달 법인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사무국 형태의 임시 운영조직의 한계를 벗어나 법인 중심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내부 구조를 확립해 ‘공격적인 투자’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성장사다리펀드는 다음달 중순 ‘한국성장금융(가칭)’으로 법인전환한다. 벤처·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한 ‘금융’자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산업은행·기업은행·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을 주주로 확보하고 설립자본금 150억원을 모았다. 사무실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별관 건물 4층에 마련했다. 20명 안팎의 소규모 조직으로 출발한 뒤 순차적으로 인력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법인 출범식은 내년 1월2일로 예정돼 있다.
성장사다리펀드 법인화는 지배·운용구조를 개선하고 ‘의사결정의 독립성’ ‘자산운용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현재 성장사다리펀드의 운영업무는 각 출자자(산업은행, 기업은행 등)들이 파견한 직원들로 구성된 ‘사무국’이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잠시 거쳐가는 파견 부서’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중장기적인 펀드운용 전략을 짜는 데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서종군 사무국장은 “갈수록 증가하는 하위펀드 및 피투자기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이를 총괄할 수 있는 법인이 꼭 필요했다”며 “영속적으로 업무를 이어갈 수 있어야만 전문성이 생기고, 펀드수익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지난 2년간 1조2000억원을 출자해 총 4조4000억원 규모의 하위펀드(48개)를 만들었다. 이 중 7월까지 1조157억원을 262개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연말까지는 1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위펀드와 투자 규모 모두 당초 예상을 웃도는 수치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이 역대 최고 호황기를 맞이한 것도 성장사다리펀드가 제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성장사다리펀드는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모험자본 역할을 잘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넥스펀드·기술금융펀드 등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이 높은 부문에 먼저 손실을 떠안는 ‘중·후순위 출자자’로 참여, 민간투자 유치를 유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서 국장은 “정책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는 분야에는 위험이 높더라도 중·후순위 출자를 많이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성장사다리펀드는 법인 출범 1년 이내 △중소·중견기업 인수합병(M&A)펀드(4500억원) △해외시장진출 지원펀드(3300억원) △초기기업 추가투자펀드(2000억 ? △기술기업투자펀드(10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신규 하위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성장사다리펀드
정부가 벤처생태계를 촉진하기 위해 2013년 8월 조성한 펀드다. 이스라엘의 벤처캐피털(VC)인 ‘요즈마펀드’를 본땄다. 정책자본(예산)으로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모태펀드와는 달리 금융자본으로 이뤄졌다. 모태펀드는 창업 단계에 투자가 많은 반면 성장사다리펀드는 성장·회수 단계의 투자가 70% 이상이다. 법인화 이후 민간자본을 적극 유치해 2016년까지 6조원으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현진/오동혁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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