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자료 제출 요구…정부, 거부
고성·호통…법안 처리도 '뒷전'
[ 유승호 기자 ]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여야 공방 속에 예산안 심의가 차질을 빚고 있다. 경제활성화법을 비롯한 민생 법안도 교과서 공방에 밀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9일 내년도 예산안 종합정책질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충돌, 파행을 겪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예산 심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야당은 정부가 국정 역사 교과서 발행을 위해 편성한 예비비 44억원의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았다. 야당은 전날 이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예비비는 사후 국회 보고가 원칙이라며 거부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동네 개가 짖어도 이러진 않을 것”이라며 “장관이 국회 답변 도중 자리를 뜨는 것과 관련해 편의를 봐줬지만 앞으로는 일절 허용하지 않고 무단으로 자리를 비운 부처는 기본 경비를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고 일종의 보복성 조치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상대로 예산에 관한 질의를 하다가도 이내 역사 교과서 얘기를 꺼내 논쟁을 벌였다. 상대 당 의원의 발언 도중 고함을 지르거나 야유를 보내며 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이 최 부총리에게 “예비비 자료를 제출하고 국민과 국회의 검증을 받으면 그만인데 뭐가 두렵냐”고 하자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그만해요. ‘선수(選數)’가 있는 거야”라고 호통을 쳤다. 박 의원은 초선, 김 의원은 재선이다. 박 의원은 “가만히 좀 계세요”라며 “‘선수(選數)’는 김 의원님이 저보다 위인지 모르겠지만 국민을 대표해선 제가 선수(選手)예요”라고 맞받아쳤다.
예산 심의가 파행을 거듭함에 따라 시한에 쫓겨 제대로 심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결위는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9일 항목별 증액·감액 심사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16개 상임위 대부분이 아직 예비심사를 끝내지 못했다.
각종 법안 처리도 뒷전이다. 현재 국회에는 법안 200여건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은 이들 법안 처리를 위해 다음달 3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새정치연합은 응하지 않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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