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수지 기자 ] 30년간 ‘앙숙’이었던 이란과 이라크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사망 이후 두 나라 간 무역량이 늘면서 양국 무역의 ‘황금 기회’가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치르며 악화했던 양국관계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06년 후세인이 사망한 뒤다. 후세인은 아르반드강 하류의 샤트 알아랍 수로를 차지하기 위해 이란을 공격한 장본인이다. 과거 앙금이 하나둘씩 지워지면서 양국 무역량은 늘었다. 현재 이라크는 중국 다음으로 이란과 가장 많이 교역하는 나라다. 올해 1~5월 이란은 24억달러(약 2조7400억원)어치를 이라크에 수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늘어난 수치다. 교역 상품도 시멘트 타일 도자기 유제품과 전기 등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를 점령하면서 양국은 더욱 가까워졌다. 이란·이라크 전쟁의 원인이었던 아르반드강 하류는 이라크 유전지대인 남부 바스라주를 외부와 잇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란은 이 지역에 3만7400㏊ 규모의 자유무역지대를 지난해 말부터 조성하고 있다. 이라크와 무역 규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다. 아르반드강 하류지역을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지대인 아랍에미리트의 제벨알리에 버금가도록 키우겠다는 게 이란의 계획이다. 이란과 이라크는 지난해부터 전쟁 당시 이 지역에 침몰한 배를 공동 인양하고 있다.
FT는 “지난 7월 미국과 핵협상을 타결한 이란은 서방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중동의 관문으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라크와의 관계 개선이 중요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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