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PB전쟁-중] 빅요구르트·코코넛밀크…"어디에도 없던 음료 만든다"

입력 2015-10-30 10:32  

편의점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PB 열풍의 중심에는 MD(상품기획자)가 있다. 편의점 업계를 뒤흔들었던 PB상품들이 바로 이 MD들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편의점 MD는 단순히 상품을 고르고 계약하는 바이어가 아니다. 기획에서부터 제조, 유통,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는 멀티 플레이어이자 사령탑이다. CU와 GS25 등 대표 편의점 MD로부터 성공비법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김아름 기자 ] “어딘가 있는 상품을 개량해 ‘더 싸게, 더 많게’ 만드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안정적인 걸 원하면 신제품을 개발할 게 아니라 오렌지주스를 파는 게 낫습니다.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CU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죠.”

편의점 CU의 PB음료 부문을 이끄는 정승욱 음료부문 MD가 생각하는 MD의 일은 그저 팔릴 것 같은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음료로 소비자를 CU로 끌어들이는 것이 그의 일이다. CU의 음료는 경쟁사 PB상품보다 한 발짝 앞서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21일 BGF리테일 사옥에서 ‘PB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그를 만났다.

“200ml 우유는 마시다 보면 양이 적어요.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체격이 커진 만큼 먹기도 많이 먹거든요. 더군다나 애들은 흰우유보다 초코우유나 바나나우유를 좋아하죠. 그런 아이들에게 200ml는 너무 적다고 생각했습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1리터보다 500미리 우유를 사서 나눠 마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성공을 자신한 이유입니다.”

정 MD의 첫 번째 히트상품 ‘빅 가공유 시리즈’를 만들게 된 동기다. 문제는 제조사였다. 이미 할인점 등에서 대용량 가공유가 판매되고 있었지만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할인점에서도 그럴진대 소규격 제품이 주력인 편의점에서 큰 용량의 가공유가 성공할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쫓아다녔습니다. 할인점과 편의점의 고객 구성이 다르고 식습관도 바뀌어 분명 성공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의 말대로였다. 500ml 가공유 시리즈는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청소년들에게 호평 받으며 CU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빅 가공유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내놓은 후속작이 바로 ‘빅 요구르트’다. 출시되자마자 매출 1위에 올랐고 경쟁사에서도 비슷한 제품들을 내놨다. 하지만 정 MD는 빅 요구르트가 단순히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사이즈만 키운 제품이라고 생각하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요구르트는 마시고 나면 입 안에 잔여물이 남습니다. 우유보다 달아서 먹다 보면 쉽게 질리죠. 하나를 다 먹어도 불편하지 않도록 레몬즙을 첨가해 상큼한 맛을 더했고, 먹고 난 뒤의 잔여물도 줄였습니다.”

PB가 편의점의 주력 상품이 되면서 양을 늘리고, 품질을 높인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의 PB상품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이외의 ‘무엇’이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한 정승욱 MD의 대답 중 하나가 바로 ‘CU 코코넛밀크’다.

CU 코코넛밀크는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코코넛 워터도, 코코넛맛 우유도 아니다. 우유와 비슷한 겉보기와 다르게 우유는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 코코넛 과육에서 뽑아낸 진액을 코코넛밀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낯선 재료다. 하지만 출시되자마자 SNS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입고되자마자 동이 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잊을 수 없는 맛’,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라는 평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정 MD는 ‘허니’ 열풍이 몰아친 올 상반기에도 차별화를 꾀했다. 다들 허니 시리즈만 구상하고 있을 때 ‘본 적 없는 열대과일’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나온 것이 ‘칼라마시 에이드’다. 늘 새로운 것, 남들이 모르는 것을 찾는 그가 생각하는 MD의 일은 ‘창조’다.

“소비자는 늘 새로운 것을 원하고, 우리는 소비자에게 그 새로운 것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MD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은 내 머리 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상의 제품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상상 속의 제품을 실제로 만들어 소비자의 손에 쥐어주는 것. 그게 바로 MD의 일이죠.”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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