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할 수 있다' 꿈 키워주는 브릿지 사업

입력 2015-11-01 18:01  

아프리카 최빈국 레소토에 세운 학습센터
교육 통해 내일 밝히는 '희망 다리'
빈곤의 악순환 끊는 지원사례 될 것

민동석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



‘레레에메쩨 레짜찌레나.’ 레소토어로 ‘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렸어요’라는 뜻의 노랫말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레소토의 디피링, 하무추, 하테꼬 같은 작은 마을을 방문할 때면, 마을 주민들은 어김없이 이 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반긴다.

레소토는 전 국토가 해발 1500~3000m의 고산지대라 ‘아프리카의 지붕’이라 불리는 나라다. 인구 200만명의 절반이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사는 아프리카 남단의 최빈국이다. 성인 4명 중 1명이 HIV에 감염돼 에이즈 감염률은 세계에서 두 번째다. 레소토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청년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자리가 없어 대부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넘어가 탄광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손자 손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키운다. 아이들은 가축을 몰고 다니며 풀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갈 수도 없다.

이런 레소토에 최근 꿈이 생겼다. 작은 마을에서부터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그 바람의 정체는 교육이다. 유네스코한뮌㎰廢릿?이들 마을에 지역학습센터를 세우고 교사를 파견해 주민들을 교육하고 있다. 취학 전 아이들부터 팔순, 구순의 노인까지 배움을 꿈꾸는 모두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60여년 전,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이 불과 반세기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유네스코가 국정교과서 인쇄공장을 지어주며 배움을 계속할 수 있게 한 덕이 컸다. 이제는 우리가 가난한 세계 이웃들에게 교육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전쟁을 겪고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한국이 이들 국가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개발국의 자립을 돕는 사업을 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절망의 오늘에서 희망의 내일로 가는 다리를 놓는다는 의미로 이 사업을 ‘브릿지 사업’이라 이름 붙였다.

레소토가 브릿지 사업의 좋은 예다. 지난 5월 인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한 레소토의 마할리 파모쩨 교과부 장관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브릿지 사업에 대해 듣고, 레소토로 돌아가 바로 우리가 지어준 학습센터를 정부의 공식 유치원 교육기관으로 등록해줬다. 신발조차 살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이 정부의 학비 지원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런 레소토 정부의 관심에 힘입어 얼마 전 국내 대기업(현대그린푸드)과 함께 레소토 하무추 지역에 급식소를 추가로 열었다. 또 다른 동행자인 마을커뮤니티의 도움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마을에서는 학습센터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선뜻 제공했다.

가난한 아프리카에 왜 빵이 아닌 책인가라는 물음은 우리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 대한민국에 유네스코가 빵공장 대신 인쇄공장을 지어준 것은 결국 사람이 희망이고, 교육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들판에서 염소에 풀을 먹이는 아이들을 이 학습센터로 데려와 교육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저개발국 지원은 그들에게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줄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지원이 돼야 한다. 현재 학습센터에서 공부하는 어린이들은 종종 ‘께로나 마솔레’(‘나는 장군이다’라는 뜻)를 외치며 행진하면서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한다.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함께 이루는 꿈, 그것은 바로 이 아이들의 꿈이다.

민동석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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