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소속 건설기계지부 "굴삭기 등 우리장비 사용하라"
현장 사무소 앞서 시위로 압박
건설기계연합회 회원들
"건설사와 이미 계약 맺었는데…뒤늦게 일감 빼앗으려 해" 반발
양측, 시위 자제 합의했지만 공사현장 충돌 멈출 지는 미지수
[ 김동현 기자 ] 지난달 20일 경기 파주시의 운정3지구 4공구 택지개발 현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 20여명이 확성기를 단 방송차를 동원해 시공사인 화성건설을 겨냥한 시위를 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건설기계연합회(연합회) 회원들이 역시 방송차를 갖고 나와 민주노총을 규탄하는 맞불시위를 벌였다. 여느 시위 현장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연합회는 개인 소유의 덤프트럭과 굴삭기로 생계를 꾸리는 1인 사업자들의 연합회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조에도 덤프트럭 및 굴삭기 소유자들이 소속돼 있다. 양측이 충돌하게 된 건 올해 들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연합회 측이 이미 계약을 맺어 공사하고 있는 현장에 몰려가 시공사에 일자리를 요구하면서부터다.
연합회는 “민주노총이 압도적인 조직력과 시위 역량을 앞세워 연합회 회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소속 조합원들에게 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민주노총이 사업자 간 이권 다툼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 “조합원 덤프트럭 사용하라”
운정3지구 4공구에서는 15t 트럭 8대가 작업을 하고 있다. 모두 연합회 회원의 차량으로 올해 말까지 계약돼 있다. 김규우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장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장비도 절반은 써야 한다”며 “(연합회) 소속 조합원만 일하려는 것은 욕심”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발주처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파주사업본부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였다. 사실상 연합회 측의 일자리 일부를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넘기라는 것이다.
최정운 LH 파주사업본부 단지사업1부장은 “민주노총은 근로조건 개선을 표면에 내걸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들의 장비를 써달라고 요구한다”며 “발주처에서 관여할 사항도 아니지만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데 장비를 바꾸라는 것은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운정3지구 1공구에서 이 같은 주장을 관철시킨 바 있다. 시공사인 화성산업은 당초 하도급업체들이 보유한 40t 트럭으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지난 8월 중순부터 한 달 반 동안 공사현장에서 시위를 벌이며 조합원이 갖고 있는 15t 트럭 사용을 요구했다. 40t 트럭 사용을 막기 위해 초과 적재 등 빌미로 파주시청에 민원을 냈다. 결국 화성산업은 40t 트럭 사용을 중단하고 문화재 발굴 조사가 끝나는 대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트럭을 사용하기로 했다.
7월 말에는 김포 학운3산업단지에서 연합회 측 덤프트럭 5대 중 3대를 민주노총 조합원 소속차로 돌렸다. 현장 하도급회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민주노총 보유 장비들의 크기가 작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거절했지만 일부 조건을 조정하기로 하고 타협을 봤다”고 전했다.
◆“시위 동원한 부당 영업행위”
민주노총 측은 “시간당 급료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건설기계 노동자 전반을 위한 요구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민주노총 조합원이 새로 일하게 된 사업장에서 이 같은 조건이 개선된 사례는 없다.
이주성 경기도 연합회장은 “현장은 물론 시공사와 발주처 본사 앞까지 달려가 시위하는 것은 부당 영업행위”라며 “상근자들이 있어 조직력이 좋은 데다 시위 경험도 많아 연합회에서 계속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연합회 측은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와 대림1동 건설산업연맹 본부 앞에서 여러 차례 민주노총의 행태를 비판하는 시위를 했다. 부담을 느낀 민주노총은 지난달 21일 연합회에 시위 자제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충돌이 멈출지는 미지수다. 황창연 김포연합회장은 “10월 초에도 민주노총에 대한 공정거래위 제소를 취하하면 시위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불신을 거두지 않았다.
파주=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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