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백화점 VVIP 마케팅

입력 2015-11-01 19:20  

롯데백화점의 '레니스'
VIP 중에서도 0.01% 대상
탱고 여행·항공권 무료증정



[ 김병근 기자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김모씨(56)는 지난달 롯데백화점에서 받은 선물을 뜯어보고 깜짝 놀랐다. 롯데백화점 이용에 대한 감사 편지와 함께 수십만원어치의 상품권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이 VIP 회원에게 상품권을 증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선물을 받고 나서야 왜 백화점 직원이 직접 전달했는지 이해했다”며 “중요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백화점의 VVIP(극소수 상류층)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우수 회원 모두에게 할인 쿠폰이나 사은품 교환권 등을 주는 건 옛말이다. 대상은 소수 정예로 종전보다 더 좁히고 서비스는 탱고 클래스, 명소 여행, 유명인 만찬, 승마 페스티벌 등으로 수준을 높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VIP 프로그램은 MVG, 에비뉴엘, 레니스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MVG는 연간 구매 금액이 1500만원, 3500만원, 6000만원 이상이면 각각 에이스, 크라운, 프레스티지 등급을 부여한다. 에비뉴엘은 1년 구매액이 3000만원, 6000만원, 1억원을 넘으면 VIP, VVIP, LVVIP 회원이 될 수 있다.

올해 초 생겨난 레니스는 롯데의 ‘L’과 하늘의 가장 높은 점인 천정(zenith)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최상위 고객을 뜻한다. MVG와 에비뉴엘을 합친 전체 회원 가운데 0.01%가량에게만 허락된다. 이들은 연간 구매액이 모두 1억원을 넘는다. 롯데백화점이 영업 기밀을 이유로 회원 수를 밝히지 않지만 수백 명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씨와 같은 선물을 받은 50명이 모두 레니스 회원이다.

최상위 회원인 만큼 특급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다이닝(식사), 뷰티 스타일링, 스포츠, 여행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달에는 레니스 회원 40명을 초청해 탱고 여행을 다녀왔다. 탱고 거장 나탈리아 힐스로부터 탱고를 배우고 다같이 식사를 한 뒤 남이섬을 돌아봤다. 연 1회 국내선 왕복 무료 항공권(동반 1인)을 제공하고 ‘키즈 쿠킹 영어 클래스’ ‘키즈 승마 레슨’ 등 자녀들도 혜택을 누린다.

롯데백화점이 이들에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로열티(충성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의 회원은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다. 회원 1%의 매출 비중이 6%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 상위 회원 1%의 매출 기여도는 20%로 훨씬 높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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