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에 당당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40대 중반의 한 대기업 부장과 상담을 했다. 그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지만 정년 퇴임하는 선배를 보면서 허탈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은퇴시점이 성큼 다가왔는데 여전히 돈 들어갈 곳이 많은 현실이 막막하다는 얘기다.
은퇴는 시기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닥쳐올 현실이다. 그런데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 등 가장의 책임을 다하다 보면 정작 자신을 위한 은퇴준비를 미뤄온 중년이 많다. 지금이라도 은퇴 후 필요한 항목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등 평안한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대비를 해야 한다.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먼저 소득공백기 대비다.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서면서 퇴직 이후 20년 이상을 근로소득 없이 살아야 한다. 특히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5~10년 정도의 소득 공백기간이 생기는데, 이 시기는 소득과 지출의 균형이 가장 무너지기 쉬운 때다. 이 시기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반퇴푸어’ 신세에 놓일 수 있다.
연금보험 중에는 소득 공백기간에 연금액을 더 많이 지 僿求?상품이 있다. 은퇴 시점에 맞춰 연금개시 나이를 단축 또는 연장하거나, 조기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도 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소득 공백기간을 대비할 수 있는지 고려하고 초저금리 시대에 이자소득세, 연금소득세, 종합소득세 등 절세를 고려한 금융상품으로 최소한 10년 전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의료비와 간병비 준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남녀 모두 65세에서 84세의 노년 기간에 평생 의료비의 40%를 지출한다. 의료비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생의 마지막 10년 기간에 있을 퇴행성, 다발성 질환에 따른 의료비와 간병비를 고스란히 가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질병보장 상품을 선택할 경우에는 보장기간, 보장내용, 보험료 갱신여부 세 가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은퇴 이후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시점에 맞춰 질병보장 금액을 두 배로 보장해 주는 상품도 고려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재정적인 대비 외에 은퇴 전 배우자와 은퇴 후 생활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며 부부의 은퇴관을 공유할 필요도 있다. 자녀가 출가한 뒤 부부끼리만 살게 될 ‘빈 둥지 시기’에는 부부간 유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해 미리 은퇴 후 생활 계획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각자 또는 함께할 수 있는 여가, 취미활동 계획을 세우는 정서적 은퇴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주기환 < 푸르덴셜생명 이그제큐티브 L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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