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거스 디턴 '불평등론' 누가 왜곡하나] "불평등과 빈곤이 성장 향한 위대한 탈출 동기" 일관되게 주장

입력 2015-11-02 18:22  

서문 원본으로 본 '불평등론'

성장 부정적 측면 곳곳서 언급하지만
"발전의 산물…재차 발전에 영향 미쳐"



[ 정종태 기자 ] 《위대한 탈출》의 번역본이 왜곡됐다고 한겨레신문 등에서 주장하는 첫 번째 근거는 서문(preface)과 머리글(introduction)의 상당 부분이 원본과 달리 빠진 채 출간됐다는 것이다. 앵거스 디턴의 ‘착한 불평등론’만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서문과 머리글에 강조된 불평등의 부정적 측면을 삭제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서문과 머리글 원문에도 일관되게 흐르는 디턴의 주요 논점은 ‘불평등과 빈곤이 성장을 향한 위대한 탈출의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물론 디턴은 성장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또 다른 불평등의 확대 가능성을 여러 곳에서 지적했다. 하지만 디턴의 표현대로 이는 “발전의 산물일 뿐 불평등은 다시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디턴은 서문 시작 부분에서 본인의 가정사(史)를 들어 ‘위대한 탈출’의 스토리를 설명한다. 영국의 가난한 탄광촌인 서크로프트에서 태어난 부친(레슬리 해럴드 디턴)이 험난한 과정?거쳐 중산층으로 자리를 잡고, 그 덕에 케임브리지대에 입학한 본인은 물론 미국에서 성공한 3세를 언급하며 ‘그 자체가 내게는 위대한 탈출’이라고 설명한다.

디턴은 그러면서 머리글 여러 곳에서 불평등이 성장에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을 얘기했다. 심지어 번역본에서 빠진 부분에도 디턴의 이런 관점은 녹아들어있다. “늘 그렇듯이 불평등에도 좋은 면이 있다. 교육과 혁신, 창조에 따르는 보상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크다”(영어판 원문 14페이지)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디턴은 또 성장이 정체될 때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성장 속도가 느려질 때 사람들 간 격차가 확대된다”(원문 5페이지)고 썼다.

디턴은 머리글의 상당 부분을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 덴마크 미국 일본 한국 멕시코 인도 토고 등 20개 국가의 국민이 평균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를 1인당 국민소득과 비교하는 그래프를 통해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소득 증가가 일정 시점을 지나면 행복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론)이 틀렸다는 점을 보여준다.(원문 15~20페이지, 번역본 11~13페이지)

디턴은 물론 불평등의 부정적인 측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을 덧붙이고 있다. 서문 첫 부분, 가족사를 언급한 대목에서도 가난에서 탈출한 부친과 달리 많은 사람이 탄광촌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실을 들어 “발전에 관한 이야기는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불평등이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만약 승자가 자신이 지난 길을 따르지 못하게 자신이 타고 오른 사다리를 치운다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원문 1페이지)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디턴은 마지막 에필로그(원본의 Postscript 부분)에서도 경제성장에 대해 “빈곤에서 탈출하는 동력원이지만 부의 집중이 성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한다. 탈출 욕구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한 쉽게 좌절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론을 맺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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